국정 키워드로 본 盧정부 2년반

  • 입력 2005년 8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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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출범 초에 제시한 3대 국정 목표의 2년 반 동안 추진 성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 투명성이 높아지고 지역균형 등의 면에선 외형적 성과가 있었지만 경제 분야의 성과는 대체로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노무현 정부가 출범 초에 제시한 3대 국정 목표의 2년 반 동안 추진 성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 투명성이 높아지고 지역균형 등의 면에선 외형적 성과가 있었지만 경제 분야의 성과는 대체로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2003년 2월 출범 당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등 3대 국정목표를 제시했다. 임기 절반을 지나는 현시점에서 노무현 정부는 국정목표를 얼마나 착실하게 수행했으며, 또 어떤 성과를 올렸을까. 이에 대해 본보는 분야별로 5명씩, 15명의 전문가로부터 평가 의견을 들었다. 현 정부가 3대 국정목표의 구체적 목표로 제시한 12대 국정과제 중 각 분야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18개 항목을 선정, 각 전문가들에게 제시하고 그들의 의견을 항목별로 취합해 정성(定性) 평가했다.》

▼경제 복지…부유층 타깃 평등정책… 서민만 ‘덤터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삶의 질 향상,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을 통해 ‘더불어 사는 균형사회’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그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높지 않다. 성장과 분배를 병행해 ‘국민통합’을 이룬다는 정부의 이상론이 오히려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김종석 교수는 “성장이 침체된 상태에서 분배를 강조하는 것이 결국 양극화의 원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성장 침체의 부담은 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성린 교수는 “정부 당국자들이 경제정책목표를 제시하면서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는 서민들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균형 사회’를 위한 총론적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태수 교수는 “아직 가시적 성과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극빈층 18만여 명에게만 제공하던 영유아 보육혜택을 2009년까지 120만 명으로 늘리는 등의 정책은 저출산·고령화 사회 진입 국면에서 매우 시의 적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빈곤아동에게 복지 교육 의료 지원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빈곤아동종합대책도 최소한의 ‘빈곤 대물림’을 막는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도 일부 긍정 평가가 있었다. 나 교수는 정부의 ‘증권관련 집단 소송제 조기 도입’ 추진에 대해 “소 남발을 막을 수 있다면 도입 당위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로운 시장질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오문석 센터장은 “경제자유구역 운영과 관련해 더 적극적인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유병규 본부장은 “수도권 투자나 공장설립이 까다로운 점 등 규제완화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외형적 성과는 있었지만 내실은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유 본부장은 “공간배치의 산술적 균형만으로는 진정한 균형발전이 안 되므로 지방에 예산 권한을 함께 넘겨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국토균형발전 정책이 개발 환상을 불러일으켜 투기수요를 확대한 것이 현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케이스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경제 복지분야 응답 전문가:

김종석(金鍾奭)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나성린(羅城麟)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태수(李兌洙) 현도사회복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문석(吳文碩)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

유병규(兪炳圭)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

▼정치 행정…“권력비리 줄었지만 후반기가 더 문제”▼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라는 국정 목표에서의 키워드는 ‘반부패’와 ‘참여와 통합’이었다.

전문가들은 반부패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행담도 게이트나 오일 게이트에서 보듯이 대통령 측근 등이 관련된 권력형 비리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전 정부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 다만 김호기 교수는 “권력형 비리는 주로 집권 전반기보다는 후반기에 발생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상당한 중립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부는 검찰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정목 교수는 “수사지휘권 행사 문제와 관련해 최근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 대해 반발한 사실은 여전히 정부가 검찰을 장악하려 함을 증명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통령비서실에 인사수석실을 설치하고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추진함으로써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려 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인력 풀이 너무 협소하고 특정 코드에 치중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내영 교수는 “과연 우수한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됐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노력은 인정하지만 진정성에는 문제가 있다는 평가였다. 선거제도를 바꾼다고 지역주의가 해소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치자금 문제 등 정치적 투명성은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정 분리 등 ‘분권’ 시도에 대해서는 그 원칙과 방향이 바람직하며 청와대와 국회 또는 정당 간의 수평적 관계에 상당히 접근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의제(어젠다)를 독점하고 여당이 소외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많았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치 행정분야 응답 전문가:

김병섭(金秉燮)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호기(金晧起)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이내영(李來榮)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명(金永明)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정목(鄭貞沐) 청주대 행정도시계획학부 교수

▼외교 안보…“남북 신뢰구축 성과” “韓美동맹 약화”▼

노무현 정부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 해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를 건설’ 하겠다고 제시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은 남북관계다. 고유환 교수는 “남북관계가 장기간 정체상태에 빠졌던 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남북간 신뢰 구축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류길재, 김근식 교수도 “북한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온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욱, 김태효 교수는 유보적이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간 경제협력이나 8·15민족대축전 행사 등만 갖고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가져왔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문제도 논란이 되는 부분. 고 교수와 김근식 교수는 “다소 마찰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 상당히 안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 남 교수는 “남북간 군사적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과의 관계 약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김태효 교수는 “자주국방은 밖으로 내세울 외교 독트린이 아니라 마음속에 담고 있어야 할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은 정부도 더는 내세우지 않는 목표다. 애초에 실현성이 없는 구호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남 교수는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중국 등 주변국들의 경계만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외교 안보분야 응답 전문가: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근식(金根植)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효(金泰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성욱(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류길재(柳吉在)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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