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의 人事, 또 하나의 시험대다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57분


코멘트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사의(辭意)를 표명함에 따라 청와대와 내각의 일부 개편 가능성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이 주목된다. 벌써부터 ‘측근들을 집중 기용해 친정(親政)체제를 강화하고, 국정 통제력도 높일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그런 식으로 흘러선 안 된다고 본다.

국정 장악력은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온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 일을 열심히 할 때 국민은 정권을 믿게 되고, 그 믿음 위에서 힘이 생기는 것이다. 국민은 제쳐두고 혼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만 매달려서는 장악력이 생기기 어렵다.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타나는 연정(聯政) 구상과 과거사 청산이 단적인 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이런 정치적 의제들보다 먹고사는 문제와 미래 비전 제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이 이를 듣지 못한다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도 막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후속 인사는 중요하다. ‘친정체제 강화’를 위해 또다시 코드 맞는 측근들만 기용한다면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 간에 친화력이 강한 집단 안에서 이뤄지는 결정은 일방적이어서 잘못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우리는 2년 반 동안 그 폐해를 충분히 보고 겪었다. 대통령이 민심 잃을 발언을 해도 청와대 참모들이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비판적인 세력과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집단사고의 전형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청와대 인사를 보면 몇 안 되는 특정지역 출신 운동권 인사들을 돌려가며 쓰고 있어 ‘회전문 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념적 편향성이 심한 이들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대통령에게 보다 균형 잡힌 조언을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애당초 무리다. 이런 자폐증(自閉症)적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전문성과 경륜을 갖추고, 대통령에게 직언(直言)을 서슴지 않을 인재들을 찾아 써야 한다. 그런 인사만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적잖게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출발은 그래야만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