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訪韓]부드러워진 美… 北에 ‘마지막 성의’?

  • 입력 2005년 3월 2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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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美국무에 쏠린 눈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6자회담 내에서 북-미간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것은 사실이며 미국은 회담을 갖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
라이스 美국무에 쏠린 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6자회담 내에서 북-미간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것은 사실이며 미국은 회담을 갖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1박 2일 방한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해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지도자들과의 연쇄 회담을 통해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의 대응책에 대해서도 교감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주권국가”=라이스 장관의 발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는 19일 일본의 한 대학에서의 연설에 이어 20일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은 주권국가”라고 거듭 밝혔다. 라이스 장관이 1월 북한을 ‘폭정의 거점’이라고 비난했던 때보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 같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이는 북한이 줄곧 “미국이 우리(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적대시하는 마당에 어떻게 6자회담에 나가느냐”며 6자회담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해 회담 복귀를 위한 명분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라이스 장관 스스로도 “(주권국가 발언은) 그냥 만든 것이 아니고 심사숙고한 끝에 발표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고 김숙(金塾) 외교부 북미국장이 전했다. 김 국장은 “주권국가라고 한다면 (북한의) 국제적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에서의 동등한 협상 상대자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미국 최고위 외교 당국자가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를 ‘당근’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권국가 발언은 립서비스로 들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 않을 경우를 상기시켜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고 설명했다. 라이스 장관도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20일 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미 공존을 요구해 온 북한에 당근을 제공한 것”이라면서도 “유연성을 요구한 중국의 요청에 부응하는 모습을 취해 북한에 대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나 북한을 뺀 5자회담 개최를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래도 안 나오면=라이스 장관의 ‘성의’는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칼’을 빼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미국의 대응책까지 염두에 둔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다. 라이스 장관이 이날 KBS와 인터뷰에서 “우리(미국)는 끝없는 인내심을 가질 수는 없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라이스 장관의 한중일 순방은 북한이 끝내 6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미국으로선 더 이상 인내하기 힘들다는 점을 3국에 통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 시점의 데드라인을 언제로 잡고 있느냐 하는 것.

이와 관련해 6자회담의 일본 측 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은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북핵 관련 세미나에서 “북한이 6월까지 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넘길 것”을 제의했다고 19일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회담 복귀 시한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도 “라이스 장관이 귀국하면 ‘북한을 언제까지 기다릴 것이냐’는 문제가 주요 현안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북한의 의사 타진을 위해 고위 인사의 추가 방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美 “北 6자회담에 들어오라” 메시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라이스 장관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은 전략적 선택을 통해 안전보장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라이스 장관은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동영(鄭東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 반 장관과 연쇄 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을 논의했다.

라이스 장관은 19일 한국을 방문하기 전 일본 조치(上智)대에서의 연설에서 북한이 주권국가라는 발언을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의 고위 관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했다.

반 장관은 라이스 장관의 ‘주권국가’ 발언에 대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좋은 발언”이라며 “북측이 ‘폭정의 거점’ 발언을 철회하라고 하는데, 거기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는 어려운 것이고 우회적으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한 얘기”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주권국가’ 발언에도 불구하고 라이스 장관에게서 북한에 대한 호의적 태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중국에 대해 더 이상 중재자로 머물지 말고 적극적인 대북(對北) 설득자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겠다는 데 강조점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라이스 장관과의 회담에 대해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6자회담에서 푼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한 뒤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 양자회담 등 다양한 형태의 논의가 가능하다”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라이스 장관은 19일 일본 방문 도중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20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떠났다. 그는 21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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