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표류…북한 핵위기 장기화되나

  • 입력 2005년 2월 1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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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4차 회담의 일정도 못 잡은 채 7개월째 겉돌고 있다.

마이클 그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이 일본을 거쳐 2일 서울에 들르는 등 미국 주요 인사의 잦은 출장이 감지되면서 미국의 '셔틀 외교'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때이른 기대감을 보이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정부는 "금년 하반기가 주요 고비가 될 수 있다"면서도 2차 핵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해결 곤란하다" = 지난해 여름 미 국무부 관계자는 사석에서 "북한 핵 문제는 추가 핵개발을 저지하고, 북한이 망하지 않는 수준에서 10~20년 끌고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안보위협 요인이지만, 미사일 개발 및 핵물질의 외부 유출을 성공적으로 차단한다면 2차 북한 핵 위기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전략의 한 단면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런 배경에는 2차 핵 위기가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뒤엎으며 시작됐다는 역사적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정권 변형(regime transformation)이란 이름으로 북한 지도부의 '바깥세상을 보는 눈'을 근본적으로 고쳐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실제로 1차 핵 위기의 결과물인 제네바 합의는 '북한은 핵 동결, 미국은 중유제공, 한국은 경수로건설'이라는 도식적 결론만 도출했을 뿐 북한이 핵개발이란 평화위협적 방식으로 정권유지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 본질은 외면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상황을 "(김정일 위원장 체제를 겨냥한) 정권교체 정책을 포장만 바꿨다"며 의심은 눈길을 거두지 않으면서, 회담장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불안감 = 북한은 미국에게 체제보장 및 적대시 정책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어떤 조치를 하면 '김정일 체제'가 100% 유지된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북한은 6자회담 과정에서 "독일과 소련이 2차 대전을 앞두고 맺은 불가침 조약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는 점을 회의석상에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전례가 없다"며 거부하고 있는 '북미 불가침협정'이 중국과 러시아의 입회 아래 체결되더라도 북한은 이를 믿고 핵 포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더라도 북한은 일본 오키나와 및 미국령 괌에 주둔한 미 공군의 존재 때문에 절대 안심 못 한다"고 말했다. 즉,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통해 미국과 '같은 배'를 타지 않는 한 북한의 불안감은 해결할 수 없고, 결국 최종 합의도달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적수공권(赤手空拳)이나 다름없는 북한의 경제능력도 북한의 '자발적 체질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치솟은 '호기'를 놓칠 수 없는 리비아와 '값싼 노동력'이 전부인 북한의 앞날은 같을 수 없다는데 평양 권부의 고민이 있다"고 말한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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