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외교-對北기밀 국회보고 거부 파문

  • 입력 2005년 1월 1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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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독재적 발상”박진 의원(가운데)를 비롯한 한나라당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외교 군사 기밀의 국회 보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한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김동주 기자
野 “독재적 발상”
박진 의원(가운데)를 비롯한 한나라당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외교 군사 기밀의 국회 보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한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김동주 기자
“국민의 알 권리냐, 기밀 보호냐.”

외교 안보 국가기밀의 국회 보고를 거부하도록 정부 지침을 개정(본보 12일자 A1면 보도)한 사실이 밝혀지자 파문이 일고 있다.

야권은 즉각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고 반발하며 정치 쟁점화에 나섰고, 열린우리당에선 찬반 양론이 엇갈렸다.

▽“참여정부가 아니라 폐쇄정부”=박진(朴振)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이날 오전 긴급 회동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12월 정부가 개정한 ‘국회 및 당정 협조 업무처리 지침’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비민주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현 정부가 말로는 참여정부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폐쇄정부’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진하(黃震夏) 제2정조위원장도 “지난해 발생한 ‘전방 3중 철책선 절단사건’, ‘동해안 잠수함 출몰사건’의 실체는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국회의 권한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독재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일에 대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의 비밀등급 기준 재검토를 포함한 관련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노동당 노회찬(魯會燦)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행정부 과장급 국장급의 판단에 따라 기밀문서로 분류되는 대부분은 국가안보와는 무관한, 그야말로 숨기고 싶은 치부(恥部)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응 엇갈린 열린우리당=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간사인 유선호(柳宣浩) 의원은 “기밀유지 책임을 지키지 못한 의원들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징계에 불복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기밀 분류를 세분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무조건 보고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자세는 경직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외교통인 정의용(鄭義溶) 의원도 “정부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자료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국회에서 외교안보 분야 기밀을 폭로하는 경우는 없다”며 정부 방침을 지지했다. 김성곤(金星坤) 의원도 “정부의 이번 지침 개정은 이미 법률에 명시돼 있는 자료 제출 거부 권한을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 측을 두둔했다.

▽여론 살피는 국방부=국방부는 정치권의 따가운 비판을 의식한 듯 일절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군내에선 기밀보호를 위해 관련 지침이 개정된 것은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국정감사 때마다 일부 의원이 ‘한건주의’ 식으로 앞 다퉈 군 관련 기밀 내용을 공개하는 바람에 심각한 후유증을 빚었다는 주장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침 개정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1급 비밀 등 일부 중대한 기밀을 제외하곤 개정된 지침 때문에 의원들에게 자료 제출이나 대면(對面)설명을 거부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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