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떼려다 혹 붙인 與…법사위 속기록 배포 진위 논란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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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변칙 상정’한 뒤 국회 기자실에 배포한 ‘법사위 회의록’의 진위 및 효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회의록’에는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의 개회 선언, 법안 상정, 산회 선포 등 의사진행 발언이 적시돼 있다. 이는 법안 상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을 뒷받침한다고 열린우리당은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속기과 관계자는 7일 “열린우리당에 넘겨준 회의록은 없으며, 배포한 속기록은 초안으로 속기 담당자의 서명 등 필요 요건들이 빠져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속기록은 속기과에서 작성한 것은 맞지만 어떻게 열린우리당이 입수했는지는 모른다”며 “초안을 넘겨주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속기록을 빼내 공식 회의록인 양 돌렸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당 행정실 관계자가 속기과에 가서 속기록을 받아 왔다”며 “속기과 관계자들이 한나라당을 의식해 이를 넘겨준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 같다”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이 돌린 속기록이 정식 회의록이 될 것인지도 미지수다. 6일 최 의원이 진행했던 회의 직후, 최연희(崔鉛熙) 법사위원장이 회의를 다시 소집해 같은 날 같은 차수의 회의가 두 번 열려 회의록도 2개가 작성됐기 때문이다.

국회 속기과는 두 개의 회의록 가운데 어느 것을 ‘진품’으로 인정할지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변칙 상정했던 당시 회의의 회의록이 진품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 상정’에 대한 기록은 남지 않게 된다.

한편 변칙 상정의 효력에 대한 논란도 계속됐다. 일각에선 최 의원이 다음 회의 의사일정을 정하지 않아 상정 효력이 6일 당일로 만료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음 회의 의사일정을 정하는 것은 안건의 상정 효력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핵심은 최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고의로 거부 또는 기피했느냐는 것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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