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 조정자’ 김우식 비서실장…與圈내 이견 조율

  • 입력 2004년 12월 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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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실이 움직이고 있다. 여권 내부의 난맥상이 드러날 때마다 막후에서 이를 수습하는 조정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김우식(金雨植·사진) 대통령비서실장이 그 중심에 있다. 연세대 화공과 교수 시절 단백질 분리기술의 권위자였던 김 실장은 이제 개혁과 혁신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통합 및 조정’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발생했던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의 ‘연기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반대’ 파문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 장관을 재결합시키는 데도 김 실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당시 남미를 순방 중이던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의 발언에 진노했었고,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사안을 ‘항명’으로 인식, 김 장관을 내각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김 실장이 노 대통령 귀국 직전 서울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김 장관과 만나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했고, 연기금 문제에 대해 소신을 꺾지 않던 김 장관의 사과발언을 이끌어냈다는 것. 김 실장은 또 김 장관과의 면담수용 여부를 고심하던 노 대통령에게 ‘대화’를 진언해 원만한 분위기 속에서 파문을 가라앉히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또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거친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을 계속하자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와 접촉해 “대통령의 외국순방을 앞두고 이런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해 수습 쪽으로 가닥을 잡는 데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김 실장은 이 총리에게도 “실기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여권의 한 핵심인사가 전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여 칠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자고 노 대통령에게 건의해 성사시킨 것도 김 실장이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5일 “김 실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조용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김 실장이 매우 부지런하게 다양한 사람들을 접촉하고 있다”며 “정무수석 직제가 사라진 이후 사실상 정무수석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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