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재배치 ‘난기류’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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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미국 국제문제협의회(WAC) 연설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대신 ‘융통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략적 필요에 의해 주둔군 수를 줄이고 늘리는 문제를 미국이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게 한국이 협력해야 한다”면서도 “내가 말한 융통성은 동아시아에 있어서 주한미군 역할의 유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즉 한반도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의 수적 구조적 변화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는 주한미군 작전지역의 변화에는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10월 22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까지만 해도 미국이 내세운 ‘전략적 유연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전략적 유연성’을 주한미군의 동아시아 신속기동군화(化)로 분석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달 초 국내 한 영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9·11테러 이후 미군의 해외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유연성을 갖고자 한다”며 “이에 대해 한국도 동맹국으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수긍이 주한미군 역할 변화에 관한 앞으로의 대미 협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가 아닌 ‘협력’으로 확대해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강경기조로 굳어질 조짐을 보이는 것도 발언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 대선 이전과 직후에는 해외미군 재편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있어 우리가 먼저 반대를 나타내지 않았지만, 이제 미국의 방침이 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진 만큼 명확히 우리 생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릴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주한미군 역할 변화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한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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