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北核 ‘딴소리’… 6자회담 실무자들 대책 분주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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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북한 핵 문제 해법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견해를 밝히자 6자회담 실무진의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통령 말씀’은 곧바로 협상 지침이 되는데 기존의 6자회담 논의 구조에 영향을 줄 민감한 발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주한 북핵외교기획단=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외교부 내 6자회담 전담반인 ‘북핵외교기획단’은 일요일인 14일에도 출근해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했다.

외교부 핵심관계자들 중에서도 노 대통령의 연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안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발언이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노 대통령의 연설문을 앞에 놓고 미국 등 다른 나라들과 북핵 문제를 협의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자회담 논의 구도 바뀌나=청와대가 언론에 배포한 ‘노 대통령 연설의 배경과 의미’ 자료는 ‘북핵 문제가 대두된 뒤 지난 2년간 실질적인 내용에는 별다른 상황 진전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북핵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틀 구성’을 최대 성과로 자랑해 왔고, 이 틀을 ‘동북아 안보대화체제’로까지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혀 온 것과 대조된다.

이 해설 자료는 특히 “한미는 물론 회담 참여국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노 대통령이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3차례의 6자회담을 통해 한미일 3국은 한 목소리로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해 왔는데,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결단에 앞서 다른 참여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논리를 제공한 셈이다.

▽참가국과의 시각차=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해 “강력한 의혹이 있지만 오해가 생기기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미일 3국은 그동안 HEU 프로그램이 제2차 북핵 위기의 근본 원인인 만큼 북한은 이를 해명하고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 ‘북한을 일단 믿지 않으면 6자회담도 굴러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밝혔지만,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6자회담이란 다자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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