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책임한 ‘외교 발언’ 자제하라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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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의 발언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지난주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청와대가 즉각 부인해 체면을 구기더니 엊그제는 느닷없이 “북한에 극단적인 친중(親中)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함께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당 의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 의장이 언급한 북한의 미래는 여러 ‘부정적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현재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도 아닌데 공개 석상에서 중국까지 끌어들여 체제 변환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신중치 못한 처신이다. 당장 북한을 얼마나 자극할 것인가. 남북 화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현 정부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이런 식의 발언이 계속된다면 이 의장이 국내는 물론 외교적 파장까지 고려하면서 국가 중대사에 대한 언급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자신의 발언이 부각되기를 바라는 강박관념에서 근거 없는 희망 사항과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일방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청와대에서 누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낙선을 기원했는지 이름까지 댈 수 있다”는 미국 기업연구소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의 발언도 집권측 인사들의 경솔함을 보여 준다. 청와대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으나 부인으로 매듭지어질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미 대선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그런 발언이 나올 리 없다. 청와대의 부인을 믿고 싶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는 없지 않은가.

집권측 고위 인사들의 발언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가와 정부 차원의 무게를 갖게 된다. 그들이 잘못된 전망이나 무책임한 주장을 하면 곧바로 국가에 해가 된다. 국민의 신뢰 또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자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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