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시내버스료인상 누굴위한 정책인가

  • 입력 2004년 6월 14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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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름돈 기계 설치’ ‘심야버스 운행’ ‘난폭운전 금지’ ‘정시성(定時性) 확보’…. 대전시와 시내버스 회사들이 요금 인상 때마다 시민들에게 했던 약속이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이러한 약속 중에서 지켜진 것은 거의 없다. 진지한 검토 끝에 나온 게 아니라 요금 인상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화살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내놓았기 때문이 혹시 아닐까.

지난달 대전 시내버스 노사 협상은 임금을 6.5% 인상하고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선에서 타결됐다. 파업까지 치달았던 대구와 광주에 비하면 모범적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염홍철 대전시장도 밤샘 협상에서 중재에 나서 언론 등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곧 요금이 오르겠지”라는 걱정을 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전시는 최근 시내버스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해 다음달부터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통카드를 기준으로 어른은 현행 650원에서 800원으로, 중고생은 500원에서 600원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들은 “현행 현금 기준에서 교통카드 기준으로 교묘하게 바꾸면서 실질적으로는 최고 200원의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라며 “서비스 개선 없는 인상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민과 대전시, 시내버스 업체 등 3자의 입장을 고려한 중재안을 내놓았다.

하나는 시민들의 시내버스 이용을 늘리기 위해 1시간 이내에 다른 시내버스로 갈아탈 경우 처음 타는 차 요금만 내는 환승무료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굴곡노선 운행으로 지체되는 시내버스 운행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BRT(급행버스)의 도입이다.

환승무료제는 1월부터 인천에서도 시행해 온 제도로 이용객을 20%가량 증가시키면서 업체의 경영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와 시내버스 회사들이 이러한 중재안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업체는 업체대로 무료 환승→이용객 증가→경영개선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무료 환승을 ‘당장의 손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번 노사협상 때 준공영제 도입을 약속했던 대전시도 이 제도의 도입과 관련해 예상되는 재정손실을 요금인상으로 해결하려할 여지가 많다.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요금인상이라는 경제적 부담뿐이 아닐까? 지금까지 대전시의 대중교통 정책을 보아온 기자의 우려가 이번에는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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