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 1985년 이후 저서 레닌주의 직접인용 없다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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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이해하거나 연구하려면 김일성과 김정일의 저작을 피해갈 수 없다.

류길재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최근 출간된 경남대 북한대학원의 총서 1권 ‘북한연구 방법론’(한울아카데미)에서 ‘김일성 김정일의 문헌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다뤘다.

김일성, 김정일의 저작이 갖는 가장 큰 특징으로 류 교수는 ‘담론의 독점성’을 꼽았다. 1967년 ‘유일사상 체계’가 확립된 후 북한의 모든 문헌들은 김일성의 교시를 인용하고 이를 의심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절대적으로 자명한 공리(公理)로 받아들인다는 것.

1985년부터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인용도 사라지게 된다. 심지어는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설명할 때도 마르크스나 레닌을 인용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출간된 ‘철학사전’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찾아보면 이렇다.

마르크스 레닌주의:김일성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는 로동계급과 피압박 근로대중의 세계관이며 해방의 무기입니다”(‘김일성선집’ 5권, 1965년 판, 237쪽)….

최완규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연구 방법론 논쟁에 대한 성찰적 접근’에서 내재적 접근법을 조명한다. 최 교수는 일단 “내재적 연구시각은 냉전논리와 반공 이데올로기로 채색된 기존 북한연구의 문제점을 교정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일부 내재론자들은 냉전기 북한 연구가 왜곡됐던 것을 허물기에 골몰한 나머지 북한 사회의 부정적 측면은 외면하고 긍정적 측면을 과도하게 강조해 또 다른 차원에서 북한 연구의 왜곡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재규 경남대 북한대학원장이 이 책 서문에서 밝힌 대로 지금까지의 북한연구에서 방법론은 ‘공백지대’였다. 북한에 대한 냉전적 이해방식이 북한연구에 ‘방법론적 예외주의’ 현상을 초래한 것.

1998년 개설된 경남대 북한대학원이 총서의 첫 번째 책으로 이 대학원 교수진을 중심으로 북한연구방법론에 관한 책을 내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이 책에는 △함택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의 ‘북한 통계자료 분석 및 추정’ △양문수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의 ‘북한경제 연구방법론’ 등의 논문이 실렸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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