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崔대표, 단식 끝내야 한다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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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이 나흘째로 접어들었다. 최 대표는 어제도 “국회 정상화보다 대통령 정상화가 더 시급하다”며 단식과 의원 등원거부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다가 정말 나라가 먼저 쓰러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나라살림과 민생을 챙겨야 할 국회를 정지시키고 왜 단식까지 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몇몇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의 특검 거부보다 한나라당의 원외투쟁이 잘못이라는 응답이 더 많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제공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불법파업’ ‘개와 고양이의 싸움’ 등으로 한나라당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할 국정 최고책임자가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해서야 정치력이 미흡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등원거부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민생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법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오죽하면 당내에서조차 “국민을 보고 정치해야지 대통령만 보고 정치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오겠는가. 당 지도부는 해당 행위라며 발끈할 게 아니라 그 목소리에 민심이 실려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최 대표가 언명한 정치개혁 작업도 국회가 문을 닫고서는 한 걸음도 진척될 수 없다.

최 대표는 단식을 끝내고 국회로 가야 한다.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再議)부터 하는 것이 순리(順理)다. 당내에 그런 움직임이 있는 듯해 다행이나 혹시라도 재통과가 될 것 같으면 국회에 들어가고, 아니면 장외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이중적 처신을 해서는 곤란하다.

단식은 합법적 절차마저 봉쇄됐던 권위주의 시절 소수 야당 지도자가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정치적 저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다. 149석의 ‘거야(巨野)’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다. 그런데도 굳이 단식을 계속하겠다면 국회 문은 열고서 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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