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극적인 정권교체 북한을 휩쓸수도" 강경발언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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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방한 중이던 18일 북한을 ‘악(evil)’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데 이어 19일 김정일(金正日) 정권의 극적인 정권교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일본 한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로에 오른 럼즈펠드 장관은 미 알래스카주 엘먼도프 미 공군기지에 기착해 동행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수십년에 걸친 공포와 억압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정권교체가 갑자기 북한을 휩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억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갖게 해 수십년 동안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면서 “그러나 주민을 반영구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많은 나라에서 극적인 변화를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동유럽 사회주의 독재정권들의 몰락과 같은 극적인 정권교체가 북한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폐쇄적인 북한 김정일 정권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이 전보다 더 힘들어졌다”면서 북한이 지하시설을 엄청나게 이용하고 도청 방지를 위해 광섬유 통신망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주장하는 미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의 수장 격인 럼즈펠드 장관의 ‘강성 발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과 워싱턴의 외교가 일각에서는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을 단순히 그의 ‘평소 소신’ 표현 정도로만 바라보지 않는 분위기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2차 6자회담이 무르익고 있는 시점이고, 방한 기간 중에 터져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1차 6자회담 직전에도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가 김 위원장을 향해 “주민들을 지옥 같은 악몽에 살게 만든 독재자”라고 비난했다가 북한이 반발해 회담 분위기를 어둡게 했다.

물론 외교소식통은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미군 장병들을 상대로 한 것인 만큼 평소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이해된다”면서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노코멘트”라며 논평을 피하는 등 파장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북 서면안전보장 약속으로 협상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북한 정권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기본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확인함으로써 북한이 섣부른 기대를 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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