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6개월]<1>여야의원들의 평가

  • 입력 2003년 8월 2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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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6개월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평가는 여야에 따라 크게 엇갈렸고,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의원의 성향에 따라 각양각색이었다.

한나라당 의원 중 설문에 응해 점수를 매긴 의원 69명은 일제히 노 대통령의 첫 6개월을 혹평했다.

60점 이상의 점수를 매긴 의원은 단 1명도 없었으며, 심지어 0점을 준 의원도 1명 있었다. 평균은 34.1점. 설문은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주관식으로 주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노 대통령이 잘한 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해 “없다”고 답변한 사람이 30명에 이르는 데서도 드러난다. ‘이라크 파병때 국익우선 결정’, ‘사회적 차별시정을 위한 노력’, ‘전직 대통령보다 권위적인 통치스타일 탈피’ 등 설문 요청자가 의원들에게 예시까지 제시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가장 점수가 박했고, 충청 서울 경기 등 중부권이 평균 점수를 주었으며, 부산 경남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통령 업무성과에 낮은 점수를 준 이유로는 ‘대통령 자신의 리더십 부재’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밖에 참모들의 경험부족, 대통령의 언행 불일치가 거론됐다. 경북지역 한 의원은 대통령의 다변(多辯)과 관련, “대통령이 철학을 갖고 발언하는 것이 아니라, 임기응변으로 그 자리에서 듣기 좋은 말을 둘러댄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 관료출신 중진의원은 인사실패를 지적하며 “386 참모 의존 논란이 있지만 인재등용의 기준이 능력인지, 같은 코드인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며 “집권 초기에 국민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지금부턴 무슨 말을 해도 못 믿게 됐다”고 지적했다.

우선순위가 낮은 언론과의 싸움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일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충북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국가적 과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능력이야말로 대통령의 능력을 보여주는 기준이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이 매긴 평균 점수는 58.6점. 특히 주류측 의원 6명은 “노 대통령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하고 있는데, 변화의 방향은 맞으므로 잘 추진해 가야 한다”며 80점을 줬다.

이들은 국정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집단 이기주의가 분출하고 있는 등 사회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8명의 의원들은 “아직 조정기이기 때문에 6개월만 갖고 섣불리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도파에 속하는 의원들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평가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라며 대체로 50∼60점 정도를 줬다.

그러나 주류측에 속하는 일부 의원들과 대부분의 비주류측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깊은 회의를 표명하며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한 호남 의원은 “‘주식회사’ 청와대를 새로 시작하는 벤처기업이라고 할 때, 잘 정비된 중소기업 이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서 “6개월 안에 특별한 변화가 없으면 실패한 정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든다”고 우려했다.

노 대통령의 6개월 국정운영에 대한 종합평가는 한마디로 ‘과락’이라며 59점이라는 상징적인 점수를 매긴 의원도 2명 있었다.

노 대통령이 코드에 맞는 참모들만 중용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여론을 두루 종합해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수도권의 비주류측 중진 의원은 “내가 야당 같으면 신랄하게 점수를 주겠는데, 워낙 점수가 낮을 것 같아 그렇게 줄 수도 없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잘못한것 vs 잘한것▼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오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27일 열릴 ‘6자회담’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경모기자

이번 조사에 응한 의원 138명 중 60여명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6개월 동안 잘한 점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응답 의원 73명 가운데 단지 20명 미만이 ‘정치개혁’ ‘권위타파’ 등 잘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고 나머지는 모두 “잘한 게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 59명 중 14명은 “잘한 게 뭐가 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가르쳐 달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말과 행동의 불일치 △이념갈등 조장 △노사갈등 심화 △안보불안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 등 정국운영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답했고 일부 의원만 이 가운데 한두 가지를 잘못한 점으로 꼽았다.

대구 지역의 한 의원은 “전반적으로 문제가 심각해 어느 하나를 들어 잘못했다고 말하기가 힘들다”며 “특히 말을 신중하게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많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김경천(金敬天) 의원 등은 ‘대북송금 특검 수용’을, 장성원(張誠源) 의원 등은 ‘친 노조적 성향’을 잘못한 점으로 지적했다. 또 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굴욕적인 미국 찬양 발언을 했다고 지적한 의원이 있으며, 한 호남 지역 의원은 ‘호남 박대’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의 일부 보수적 성향의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인공기 소각에 대한 유감 표명’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노 대통령이 대미 관계 등에서 실용주의적 노선으로 선회한 점을 잘한 것으로 지적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또 김덕배(金德培) 유재건(柳在乾) 의원 등은 노 대통령의 ‘탈 권위 시도’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의원은 북한 인공기 소각 사건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속한 유감 표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 등은 “이라크 파병과 방미시 대미관계를 부드럽게 만든 점은 잘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의원은 “검찰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답했다. 의원들 대부분은 노 대통령이 앞으로 주력해야 할 일은 ‘경제살리기’라고 답변했다.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경제를 살리는 데 정권의 모든 것을 바친다는 ‘올인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고, 남궁석(南宮晳) 의원은 “매년 50만명의 젊은이들이 사회에 쏟아져 나오는데, 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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