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먼저 대두된 문제가 진행자 송해씨(76)였다. 송씨는 황해도 재령 출신으로 6·25전쟁 때 부모 형제를 놔두고 단신으로 월남한 실향민. 북측에서 ‘월남자’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기 때문에 송씨는 1998년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 배에서 내리지도 못했다. KBS 측은 이번에 송씨가 평양시민 3000여명 앞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TV 노래 자랑’에 대한 견해차도 컸다. KBS 측은 “노래 못하는 사람도 나와야 정감이 가고 재미있다”고 했으나 북측은 “노래자랑엔 노래 잘 하는 사람만 나오는 것”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문태 예능국장은 “성악적 발성법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이 주현미 송대관 등 남측 초대 가수들의 가벼운 발성과 리드미컬한 창법을 보고 매우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평양노래자랑’에서 ‘타향살이’ ‘눈물 젖은 두만강’ ‘고향의 봄’ ‘다시 만나요’ ‘심장에 남는 사람’ ‘반갑습니다’ 등 남북에서 모두 친숙한 노래들이 우선 채택됐다. 그러나 일부 노래 중에는 북한 체제와 지도자를 찬양하는 내용도 있어 곡 선택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KBS는 15일 방송분에서 방송심의규정상 가사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노래 1, 2곡은 편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행자의 대사도 대본대로 하는 것이 북한 방송의 원칙. 그러나 막상 녹화에 들어가자 송씨가 대본에 없는 즉흥 ‘재담’을 구사하자 북측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북측은 “송 선생은 대본은 한 줄인데, 말은 서너 줄씩 합네까”하면서도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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