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실장 '향응' 파문] ‘향응’은 없고 '몰카'만 남나

  • 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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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술자리에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등 본질에 대한 진상규명보다는 ‘몰래카메라’ 쪽에 초점이 더 맞춰지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야당은 벌써부터 “본질은 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 사건인데 검찰은 ‘몰카’ 배후 규명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는 자칫 김대중(金大中) 정부 초기에 발생한 ‘옷 로비 의혹 사건’의 전철을 밟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옷 로비 의혹 사건은 청와대 사직동팀 조사→검찰 1차 수사→특별검사팀 수사→검찰 2차 수사를 거치면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타격을 주었다.

양 실장의 향응 파문 사건 역시 민정수석비서관실의 1차 조사를 거쳐 검찰 수사에까지 이르렀으나 두 기관의 조사 및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은 전적으로 이들 기관의 자세에 달렸다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양 실장의 향응 파문 사건과 옷 로비 사건의 출발점은 고위 공직자나 공직자 부인의 부적절한 처신을 둘러싼 의혹.

그러나 옷 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 1차 수사의 경우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 등 사건의 ‘본질’을 밝혀내지 못하고 ‘곁가지’인 고소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바람에 검찰 사상 첫 특검 수사를 자초했다.

당시 연씨가 사직동팀 조사를 받은 이후 파문이 그치지 않자 이형자(李馨子)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함으로써 사건이 촉발됐으나 사건의 진상은 청와대 조사나 검찰 1차 수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공정성 시비 및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 등으로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검찰 수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향응 경위 및 로비 여부 등 본질 부분이 규명되지 않고 비디오촬영이나 명예훼손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할 경우 옷 로비 사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양 실장의 향응 파문은 청와대 조사에 이어 의혹을 산 당사자의 수사 의뢰로 이어진 점에서 초기 전개 과정이 옷 로비 사건과 흡사하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술자리 함께한 정화삼씨▼

양길승(梁吉承) 대통령제1부속실장이 향응을 받는 자리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생인 정화삼씨(56)가 참석했는지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씨가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 아니냐. 그러나 그가 왜 참석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사실상 정씨의 참석 사실을 확인했다.

정씨는 2일 일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술자리 참석 여부에 대해 “그날 서울에서 친구들과 골프모임이 있었는데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인 오원배씨가 ‘양 실장이 왔으니 와서 인사나 하라’고 해서 오후 11시쯤 내려갔다”면서 “술자리가 파할 무렵이었고 ‘포장마차에 간다’기에 나는 택시타고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신이 술자리 모임을 주선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양 실장은 그날 처음 봤다.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K나이트클럽 소유주인 이모씨에 대해서는 “90년대 초 충북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동기라서 알고 지냈으며, 이씨가 양 실장에게 청탁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지난달 31일 언론과의 통화 때는 술자리 참석 여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며 부인했었다.

정씨는 노 대통령과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2000년 총선 때 부산에서 출마했을 당시 한 달 동안 휴가를 내고 내려가 도울 정도였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수기에서 ‘(내) 어머니가 자식처럼 아끼던 인물’로 정씨를 묘사하고 있다. 정씨는 부산 동아대 졸업 후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N사에 입사해 현재 청주공장장이자 전무이사로 일하고 있다. 정씨는 파문이 확산되자 휴대전화를 꺼놓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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