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공동성명]北核-대만문제 시간쫓겨 대폭 양보

  • 입력 2003년 7월 9일 0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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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이 8일 밤 발표한 11개 항의 공동성명은 실무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거듭했다.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대만 문제, 탈북자 문제, 티베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양국이 미묘하면서도 심각한 시각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측은 성명 내용을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 처음부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베이징을 떠나는 9일 오후에 성명을 내도 되는 것 아니냐”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고, 우리측은 “8일 안에는 성명이 나와야 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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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대통령 기자간담회 문답

이 때문에 양국의 외교 실무협상팀은 7일에 이어 8일 밤늦게까지 성명 문안을 협의했고, 결국 조간신문 최종판 제작 마감시간이 임박한 밤 11시25분에야 성명이 발표됐다.

북핵 문제는 중국측이 북한측의 입장을 대변해 ‘북한의 안보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부분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요구해 ‘중국측이 이를 주장했다’는 식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후속 다자회담의 형식’ 부분은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 중국측 입장과 미국 일본과 5자회담에 합의한 우리측의 입장을 서로가 고려해 아예 언급을 안 하는 것으로 비켜 나갔다. 우리와 중국간에는 확대다자회담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중국은 북한을, 우리는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피해가자’고 합의한 셈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측이 ‘중국의 내정(內政) 문제이며, 대만의 독립을 한국이 원치 않는다’는 문안을 들고 나와 우리측을 난처하게 했다. 대만은 우리의 5번째 교역국. 결국 이 문제는 우리측이 98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사용한 ‘하나의 중국’이라는 표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명료한 표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역시 민감한 사안인 탈북자 문제와 달라이 라마 문제는 양측이 의견만 교환하고 성명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한편 중국 방문 이틀째인 노 대통령은 이날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정부의 실력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노 대통령은 또 수행 경제인들과의 조찬 간담회, 한중 경제인 주최 오찬 연설, 중국 내 한국인 초청 리셉션 등에 참석해 “5년 안에 양국간 교역량이 연간 1000억달러가 넘도록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동북아 경제협력체, 나아가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베이징=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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