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파업, '盧-勞' 정면충돌로 가나

  • 입력 2003년 6월 29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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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노동'이라는 재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던 정부가 28일 전국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농성장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무현(盧武鉉) 정권의 노동정책이 조종(弔鐘)을 울렸다"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해 노(勞)-정(政)이 정면으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노동계 하투(夏鬪)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주5일 근무제 등 노동현안 입법작업도 상당부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정책 기조 바뀌나

현 정부는 노동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천명하고 파업 등 집단행동은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물론 '불법 필벌(必罰)'도 강조했지만 지난달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의 집단행동 등 불법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주동자를 구속하는데 그쳤을 뿐 경찰을 동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는 25일 한 차례 대화에 나섰을 뿐 이렇다 할 협상도 없이 즉각 강제 해산함으로써 노동정책의 무게중심이 대화와 타협에서 '법과 원칙'으로 옮아갈 것임을 내비쳤다.

최종찬(崔鍾璨) 건교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3차례나 담화문을 발표, 철도노조의 불법성을 강조하고 강력처벌 방침을 밝혔고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은 "철도파업은 4월20일 이뤄진 합의를 파기한 것이므로 더 이상 대화와 타협에만 의존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정부 투쟁 수위는

민주노총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무력진압 규탄대회'를 열어 △철도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 △철도구조개혁법안 국회 강행처리 중단 △건교부장관 퇴진 △연행자 즉각 석방 등을 촉구하고 단병호(段炳浩) 위원장 등 지도부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연맹별로 전개하던 임금 및 단체협약 관련 투쟁을 정부의 개혁후퇴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예정.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철도노조도 업무복귀명령을 거부하고 30일 공권력 투입 규탄집회를 각 지역단체와 연대해 개최하기로 하기로 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철도노조 농성장에 경찰력을 투입한 것은 노동계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정부가 탄압을 계속하면 강력한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가 실제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올 '하투(夏鬪)'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24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저조한 지지를 얻은데 그친 데다 28일 산별노조 전환투표도 부결됨으로써 이미 상당부분 동력(動力)을 잃었기 때문.

또 노조원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직접 관계없는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징후가 산업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노동단체가 이들의 힘을 제대로 결집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

▼법 제도 개선 차질 우려

다만 노 사 정의 합의가 필요한 법 제도 개선은 노동계의 반발로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6월 임시국회 입법이 무산된 주5일 근무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은 물론 노사정위원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퇴직연금제 도입과 공무원노조법안 입법 등에 노동계가 반발할 경우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노사관계 법 제도와 관행, 의식을 선진화한다는 목표로 최근 가동된 노사관계발전추진위원회도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강행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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