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특검연장 거부]특검 70일 '미완의 수사'

  • 입력 2003년 6월 23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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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송두환(宋斗煥) 특검호(號)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수사기간 연장 거부로 25일 그 닻을 내린다.

올해 4월 17일 수사를 시작한 특검팀은 대북 송금이 청와대, 국가정보원, 현대의 조직적 공모로 이뤄졌다는 항간의 의혹을 사실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현대측이 1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박지원(朴智元·구속)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뇌물로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는 등 예상치 못한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사건의 정점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착수조차 못한 데다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 다른 정부기관의 개입 의혹도 밝혀내지 못해 ‘미완성’으로 수사를 접게 됐다.

▽공소유지 비상=수사가 ‘갑작스럽게’ 중단되면서 앙금처럼 남은 의혹을 추가수사하거나 공소유지를 위해 보강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당장 공소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또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박 전 장관의 150억원 뇌물 수수 혐의는 특검팀에서 기소할지, 아니면 검찰 등 다른 기관에 넘겨질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 특검팀은 무리한 기소보다는 다른 곳으로 넘기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사가 미완으로 끝남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어중간해졌다. 수사 만료일인 25일까지 공소유지에 필요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게 된 탓이다.

특검팀은 현재까지 이기호(李起浩·구속)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이근영(李瑾榮·구속) 전 산업은행 총재 등 5명을 기소하고 박 전 장관을 구속했다.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등은 기소할 예정이지만 상당수 핵심 관계자에 대한 기소방침은 정하지 못한 상태. 특검팀 관계자는 “25일까지 이들을 일괄 기소할지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북 송금의 성격=이 사건의 최대 쟁점인 ‘돈의 성격’도 특검의 규명이 아닌 법정의 공방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특검팀은 수사결과 발표 때 지금까지 밝혀낸 사실만 공개하고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송금의 성격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주장이 제기될 수 있고, 더욱이 돈의 성격은 관련자들의 형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70일의 성과=그럼에도 특검은 나름대로 진실에 상당히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간 비밀예비접촉 과정을 파헤친 것. 2000년 3월 8일 박 전 장관과 송호경(宋浩景)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싱가포르에서 만난 뒤 다음달인 4월 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4차 접촉에서 5억달러 송금이 합의된 사실을 밝혀냈다.

청와대와 국정원, 현대가 조직적으로 개입, 대북 송금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큰 성과다. 정 회장, 박 전 장관, 이 전 비서관, 이 전 총재로 연결된 대북 송금 조성 및 전달 커넥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광옥(韓光玉·구속)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출을 당부한 사실도 드러났다. 4억5000만달러의 대북 송금 과정에 임 전 원장, 김보현(金保鉉) 최규백(崔奎伯)씨 등 국정원 고위간부들도 개입한 증거를 확보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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