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이건철/'선택과 집중'으론 지역격차 못막아

  • 입력 2003년 4월 28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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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가의 화두는 ‘호남 소외론’인 듯하다. 검찰과 행정자치부의 수뇌부 인사에서 시작된 소외론의 실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필자는 여기에 별 관심을 두려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어진 지역간 갈등은 따지고 보면 지역간 발전격차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지역간 발전격차의 해소 여부다. 참여정부가 국정이념으로 설정한 ‘국토 균형발전을 통한 국민통합’도 인사상의 불균형보다는 지역간 발전격차가 해소될 때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흐름 속에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노무현 정부의 국토개발에 대한 ‘선택과 집중’ 논리다. 이는 당장의 수요나 효율성, 경제성이 있는 곳에만 집중 투자하겠다는 정책으로, 아무리 잠재력이 풍부하더라도 지금까지 소외돼 낙후된 지역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논리를 그대로 따른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격차, 동서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켜 국토의 균형발전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자원을 지방으로 보내면 효율성 저하 문제가 제기될 것이며,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저항의 빌미를 제공해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정책 자체가 좌초될지 모른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실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명제는 중앙정부의 혁명적 조치 없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지금 비수도권은 독자적인 발전전략을 수립해 추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개발의 기조와 전략이 획기적으로 변화되지 않는 한 지금까지 소외받은 지역에 민간자본이 투자될 리 없다. 경제성과 수익성을 강조하는 민간기업이 소외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을 목표로 인천 송도에 정보기술(IT)밸리를 조성하는 정부의 계획이 적극 추진될 경우 광양항이나 부산항에 민간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모든 것을 바꿔 보겠다고 공약하고 출발한 참여정부는 차별화된 특단의 국토개발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과거의 정부처럼 당장의 효율성과 수요 측면만을 중시해 개발하거나, 아니면 지금까지의 소외에 대한 보상을 위해 간헐적으로 개발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는 이제 진정한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의 논리보다는 당장 수요가 부족하더라도 잠재력이 있는 곳에 지원하고 투자하는 ‘균형과 분산’의 논리를 우선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사업과 같이 ‘균형과 분산’의 논리에 충실한 개발기조가 유지돼야 하며, 새로 신설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철학도 이 논리가 근간을 이뤄야 할 것이다.

결국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호남 민심 달래기에 뜻이 있다면 국토공간의 고른 발전 차원에서 호남의 발전상을 깊이 있게 분석한 뒤 과연 저발전상태라면 그 원인과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재평가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자치단체가 당장 지역민과 힘을 모아 추진해야 할 사업과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를 궁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 여당의 고위층 인사들이 잇따라 현지를 찾아 선심성 발언을 내놓는 정도로는 호남 민심을 결코 끌어안을 수 없다.

이건철 광주전남발전연구원 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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