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출범 '北송금 특검' 과제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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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권주훈기자
대북 송금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권주훈기자
《‘대북 송금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이 16일 오전 현판식을 갖고 길게는 12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17일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하는 특검팀은 70일 동안 1차 수사를 진행한 뒤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30, 20일씩 2차례 수사연장 가능). 수사의 핵심은 △대북 송금 규모와 조성 경위 △송금의 명목 △대출 및 송금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정권 핵심부의 역할을 밝히는 것. 검찰의 1차 조사가 없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되는 데다, 민감한 ‘암초’가 곳곳에 버티고 있어 이번 수사의 순항 여부가 주목된다.》

▽송금 규모와 조성 경위=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현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에 건네진 돈의 규모는 5억달러. 이 가운데 2억달러는 2000년 6월13일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보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나머지 3억달러는 언제 어떻게 마련해 보냈는지 아직 안개 속에 덮여 있다.

현대상선이 북한에 보냈다는 2억달러 역시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한 것일 뿐 계좌나 수표 추적을 통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알려진 것과 다른 메가톤급 사실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나머지 3억달러의 경우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등 다른 계열사들의 해외 법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이미 불거져 있는 상태. 하지만 해외에서 이뤄진 금전 거래의 경우 계좌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검팀은 현대 계열사들의 재무제표나 해외법인 감사보고서 등을 입수, 간접적으로 돈의 흐름을 파악한 뒤 관련자들을 추궁하는 우회돌파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대북 송금액이 5억달러보다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송금 명목=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 확보에 따른 권리금이냐, 아니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건네진 것이냐를 밝히는 것이 핵심. 당시 정부 및 현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현대의 대북사업 대가로 건네진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2억달러가 비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송금된 점, 송금 사실을 부인해 오던 관련자 대부분이 1월 말 감사원의 산업은행 감사결과 발표 이후 ‘입을 맞춘 듯’ 시인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현대의 사업자금이 북한으로 건네진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 당시 정권 핵심부가 현대를 창구로 북한에 남북정상회담 대가를 건넸는지 현재로서는 진상이 무엇인지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수사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권 핵심부 역할=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현대의 송금과정에 국정원이 단순 편의를 제공한 것인지, 아니면 산은 대출과 환전, 송금 전 과정에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는 것도 수사의 핵심 중 하나. 당시 정권이 자금 마련과 송금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질 경우 북한에 건네진 돈이 단순한 사업자금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송두환특검 일문일답▼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익과 실체 규명의 상반된 요구를 적절히 충족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일단 진상을 규명하고 난 뒤 국익을 고려해 처리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건의 세부적인 경위까지 공개하지는 않는다는 뜻인가.

“수사가 진행되면 밝혀질 여러 경우를 걱정하는 여론이 많다는 것을 안다. 수사가 진행되면 구체적인 경우와 상황이 드러날 것이다.”

―특검법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정치권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국민의 뜻이라 생각하고 그 방침에 따를 것이다.”

―수사 준비 상황은….

“추가로 입수할 자료들을 찾아보고 검토한 뒤 수사 실무진과 수사 방향, 단계 등을 계속 협의할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브리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안이 워낙 미묘해 브리핑을 정례화할지, 어디까지 공개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고려해 수사기밀을 제외한 사항은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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