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안 통과이후 한미-남북관계]韓美 신뢰복원…南北 냉각국면

  • 입력 2003년 4월 3일 2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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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파병동의안의 국회 통과가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 상반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협화음을 보였던 한미관계를 복원하는 데는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북한의 반발로 남북관계는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韓美관계▼

정부 관계자는 “이번 파병결정은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소 불안하던 한미관계가 이제는 안정된 방향으로 접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이라크전쟁 파병동의안 통과여부에 대해 가장 마음을 졸인 곳은 외교통상부다. 윤영관(尹永寬) 장관의 방미기간에 미국측이 보여준 환대 및 우리 정부가 제시한 북한 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이정표)’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도 이라크전쟁 지지에 따른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혹시라도 파병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시간을 끌게될 경우 미국과의 불화로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반전(反戰) 여론 확산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파병결정을 내린 것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국 국회가 한미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정부가 이번 파병결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복원을 바탕으로 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세계적 반전 여론에 곤혹스러워하는 미국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바탕으로 한미공조 강화 및 정부의 주도적 역할 확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파병이 미국의 북한 공격에 빌미를 주는 게 아니냐는 반대여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 행정부 인사들이 공언해온 대로 북한 핵 해결과정을 반드시 한미간의 협의채널을 거치게 하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게 정부당국자들의 기대 섞인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파병결정이 한미관계와 협의채널을 부드럽게 만드는 요소가 되겠지만, 북한 핵문제 해결의 충분조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핵재처리시설 재가동,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추가적인 도발을 할 경우 미국에서 다시 대북 강경론이 고개를 들어 정부가 쌓아 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南北관계▼

북한의 조선중앙TV는 2일 이라크전쟁 파병동의안 국회 통과 직후 “조선반도 정세를 더욱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라면서 “파병은 곧 미제의 북침 전쟁을 지지하고 그에 협력하는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라크전쟁을 미국 주도의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미국을 비판해온 북한은 이라크전쟁 파병 결정에 대해 ‘우리 민족끼리’라는 민족공조 정신에 어긋나는 배신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당분간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부가 2일 코앞에 다가온 10차 남북장관급회담(7∼10일·평양)에 관해 북측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3일 오후 늦게까지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의해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 국가로 지목된 북한은 현재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반테러전쟁의 무대를 조선반도에 옮겨 놓기 위한 선행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이어 북한이 세 번째 반테러전쟁의 대상으로 지목됐다고 스스로 밝히고 나올 정도다.

서강대 김영수(金英秀)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다음 타깃이 북한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공격당할 빌미나 명분을 주지 않으려고 조심하겠지만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자위적 차원의 군사훈련은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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