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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3월 28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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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60년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 전원이 특정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국회 전원(全院)위원회’가 소집됐고 여기서 파병에 대한 치열한 논리 공방이 이어졌다.
‘반전·평화 모임’ 소속 의원들은 27일 회의에서 전원위원회 소집 요구 방침을 결정한 뒤 하루만에 의원 71명의 서명을 받아 이날 전원위원회 소집을 관철시켰다.
▽긴박했던 양당 표정=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파병동의안 처리의 득실 계산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 여야총무회담,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우리가 총대 멜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결국 4월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 뒤 파병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일부 한나라당 지구당의 경우 시민단체측으로부터 지구당 점거농성 방침을 통보받는가 하면, 한 의원의 자택은 계란 세례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친노’ 의원들이 대거 파병반대를 주도하고 나서는 바람에 한층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특히 101명의 소속 의원 중 전원위원회 소집에 찬성해 사실상 파병반대로 분류되는 의원이 51명이나 된 것으로 나타나자 당 일각에선 “국가적 사안에 여당이 발목을 잡다니…”라는 자탄의 소리까지 나왔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고위당정회의에서 결정한 ‘조기 파병’에서 ‘권고적 당론’으로 한 발 뺐다가 아예 완전 자유투표로 물러서 버렸다.
이날 의총에서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파병 찬성은 비애국적, 반대는 애국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다. 모두 고뇌에 찬 결론을 각자 내리고 있다”며 파병 찬성 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당부했다. 정 대표는 이어 경실련을 방문, 낙선운동을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여야 절충 실패=이날 오전 열린 여야총무회담에서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전원위원회 소집에는 합의했지만 본회의 처리 날짜에 있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정 총무는 29일 하루 더 전원위원회를 연 뒤 31일 본회의를 열어 파병안 표결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으나, 한나라당 이 총무는 “노 대통령과 여당이 국군 파병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며 모든 책임을 한나라당에 떠넘기려 한다”며 노 대통령의 선(先) 대국민 설득을 요구했다.
현재로선 파병안이 3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지, 4월2일 이후 처리될지 불투명하다.
▽찬반 의견 팽팽=김태식(金台植) 부의장 주재로 오후 5시부터 열린 전원위원회는 재적 의원 270명 중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파병 찬성론을 편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 공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노 대통령이 국회에 직접 나와 왜 파병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장태완(張泰玩) 의원은 “최근 미국은 한국내 반미 감정에 대응해 주한미군 재배치, 일부 감축 또는 궁극적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파병이 무산되면 한미 안보동맹이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반면 파병 반대론자인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의원은 “북한도 독재정권이고 북핵 위기가 있는 데 미국이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침공할 때는 어떻게 할 거냐”고 따졌다.
한편 의료지원단만 파병하자는 수정안을 낸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의무지원단 정도를 파견해서 13억 이슬람교도를 적대적으로 만들지 않고 전통적 한미동맹관계도 고려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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