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보'로 대통령 주변 감싸면

  • 입력 2003년 3월 26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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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명예직의 대통령특보를 여럿 두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비록 무보수라고 하지만 가뜩이나 비대해진 청와대의 몸집이 더 커지는 셈이고, 그만큼 기존 조직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때 조직특보였던 이강철씨를 정무특보로 내정한 데 이어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씨 등 측근들을 특보에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해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아무 직책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역할을 하다보면 비선(秘線)이라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어 공식 직함을 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시스템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사적(私的) 정치로 비칠 소지가 더 큰 것이다. 특보로 내정됐거나 거명되는 사람들이 거의 노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들이 특보라는 직함을 갖고 수시로 청와대를 출입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권력’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명예직 대통령특보의 신설은 비선의 공조직 흡수라기보다는 오히려 대통령 측근들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을 부처 업무보고에 배석시키는 등 국정운영에 제도 밖의 힘을 ‘동원’한다는 비판을 정치권에서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여러 분야에 대통령 특보를 두는 것은 각 부처 장관이 소신 있는 정책을 펴도록 한다며 부처담당 수석실을 폐지한 청와대의 당초 취지와도 맞지 않다. 예컨대 청와대 안에 문화특보나 노동특보가 있을 경우 문화관광부나 노동부가 이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있을까. 혹 부처 위에 ‘특보상관’이 군림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더욱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움직이다 보면 비리가 파고들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고 대선 논공행상(論功行賞)이라는 비난을 비켜가기도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특보는 대선 때의 후보 특보처럼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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