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組閣인선 뒷이야기]高총리, 전성은 교육부총리 제동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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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새 정부의 조각작업은 지난달 초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인터넷으로 장관 추천을 받기 시작한 후 최종 낙점까지 2개월이나 걸렸다.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인선 검증팀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8층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인선작업에 몰두했고 검증 과정에서 병역문제 때문에 장관 유력 후보가 중도 하차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파격’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새 정부의 첫 장관 인선은 막판에 고건(高建) 총리와 협의 과정에서 일부 조율되면서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했다.》

▼전통경제관료…김진표 박봉흠 일찌감치 낙점▼

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 김진표(金振杓), 기획예산처 박봉흠(朴奉欽) 카드를 일찌감치 내정하고 경제부처 인선을 조율했다. 이들 두 사람은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정통관료라는 면에서 처음부터 어떤 자리든 기용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김 부총리의 경우 당초 대통령정책실장으로 생각했지만 인수위원들이 반발하자 ‘경제팀 수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盧대통령 천거…강금실 김두관 김영진 진대제▼

장관 인선의 기준은 나이와 경륜을 따지지 않고 철저히 ‘개혁성’에 무게를 실었다. 민변 부회장 출신의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 카드에 검찰 내부에서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이 일자 대통령은 “검찰이 사표를 쓰면 변호사를 그 자리에 앉히면 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남해군수를 지냈던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은 처음에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했다가 원혜영(元惠榮) 부천시장을 입각시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막판에 행자부로 옮겼다. 인수위의 보고를 받을 때 노 대통령이 “모두 사표를 쓰라”며 질타했던 농림부에는 농민 운동가 출신으로 국회 농수산위원장을 지낸 김영진(金泳鎭) 민주당 의원에게 농림부 개혁을 주문하면서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정보통신부에는 안문석(安文錫) 고려대 교수가 고려대 부총장직을 맡기로 하면서 엔지니어 출신인 진대제(陳大濟) 삼성전자 사장으로 최종 낙점됐다.

▼高총리 추천…이영탁 최종찬 윤진식▼

고 총리는 지나친 ‘파격 카드’에 제동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교육 부총리의 경우 대통령은 전성은(全聖恩)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에 대해 막판까지 미련을 가졌으나 고 총리가 반대하면서 결국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그동안 언론에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 이영탁(李永鐸) 국무조정실장은 고 총리가 “내가 쓸 사람”이라며 추천해 낙점됐다. 유일한 강원 출신인 최종찬(崔鍾璨) 건설교통부 장관도 강원지역 배려 차원에서 고려돼 김명자(金明子) 전 환경부장관을 제치고 발탁됐다. 산업자원부 장관에는 오영교(吳盈敎) KOTRA 사장과 최홍건(崔弘建) 전 차관이 경합했으나 검증 과정에서 탈락하자 고 총리의 지지를 받은 윤진식(尹鎭植) 재경부 차관이 어부지리를 얻었다.

▼인수위원낙점…윤영관 허성관 권기홍▼

인수위 마지막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인수위원들에게 “장관으로 갈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라”고 말한 것과 달리 3명이나 장관으로 발탁했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 올랐던 허성관(許成寬) 인수위원은 박봉흠 차관이 내부 승진하면서 막판에 해양수산부를 맡게 됐다. 복지문제 전문가로 당초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였던 권기홍(權奇洪) 간사는 갑작스레 부상한 김화중(金花中) 민주당 의원 때문에 노동부 장관으로 확정됐다. 인수위원들의 발탁에는 지방 민심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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