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물망 '이헌재-정운찬-김종인 3각라인'

  • 입력 2003년 1월 24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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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는 정운찬을, 정운찬은 김종인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이 새 정부 참여를 바라고 있는 이헌재(李憲宰) 전 재경부장관-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김종인(金鍾仁)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통 세 사람의 얽히고 설킨 인간적 인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먼저 대선 직후 노 당선자측으로부터 새 정부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이 전 장관은 “나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인물이다”며 정 총장을 천거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장관의 고사 이유는 앞으로 공적자금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경우 현 정부 초기 공적자금 운용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자신에게 어떤 형태로든 화살이 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

그 대신 현 정부 출범 이후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아 대우그룹 해체 등 재벌 구조조정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자문을 했던 정 총장을 추천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정 총장의 경기고 선배로 절친한 사이다.

실제로 노 당선자측은 정 총장이 “서울대 총장 입후보 때 임기를 채우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거듭 고사하고 있는 데도 정 총장이 새 정부에 참여해 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

노 당선자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을 때 정 총장은 “서울대 제2캠퍼스를 지방으로 옮기겠다”고 호응하는 등 두 사람은 사고의 폭이나 발상이 비슷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노 당선자와 정 총장은 46년생 동갑이다.

그러나 정작 정 총장은 23일 노 당선자와 면담했을 때 김 전 수석비서관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정 총장은 현 정부에서 새 경제부총리를 물색할 때마다 재벌개혁 주창자인 그를 여러 차례 천거했다.

김 전 수석비서관은 노태우(盧泰愚) 정부 때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인물로 집단소송제 도입에도 긍정적이어서 안정과 개혁을 함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그는 “대선 이후 노 당선자측에서 접촉해 온 적은 없다”면서도 “새 정부에서 5년 동안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질적인 도약이 불가능하다”고 입각 요청이 올 경우 참여 의사가 있음을 암시했다.

다만 노 당선자측 내부에서는 “공직에서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 현실감각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노 당선자측 주변에서는 설사 이들 세 사람이 입각을 하지 않더라도 새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은 틀림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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