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여론조사 공표금지 문제점]'민심 조작' 유권자 혼란

  • 입력 2002년 12월 6일 18시 29분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 정치권 주변에 허위 여론조사 결과가 마구 유포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선거기간 중 여론조사 결과를 일절 공표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선거법의 불합리한 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선거법 108조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규정은 여론조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선거기간 중 조작된 수치나 각 정당의 ‘아전인수식 주장’이 유포되면서 오히려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선거법의 이 제한조항이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적으로 별 근거가 없는 무리한 규정이라고 지적한다.

코리아리서치센터 김덕영(金德榮) 대표는 “선거에 임박해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이론적으로 검증된 게 전혀 없다”며 “이 조항 때문에 각 언론사가 선거 판세를 알릴 경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각 정당의 일방적인 주장을 인용하거나, 모호하게 보도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된다 해도 유리한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나 불리한 후보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언더독(Underdog) 효과 같은 것은 이론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의 경우를 봐도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다. 독일도 법적 제한없이 신사협정에 의해 투표일 하루 전에 공표하지 않는 게 관행으로 정착돼 있을 뿐이다.

프랑스는 종전에는 선거일 1주일 전부터 조사결과 공표를 금지해 왔으나, 올해 법을 개정해 투표일 전 이틀 동안만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공표 제한이 없고, 투표 고지일부터 예측보도는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진국은 여론조사의 공정성이 확보돼 있고, 유권자도 지역주의나 연고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며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단축 문제는 검토해 볼 수 있지만, 결과 공표 때의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다”고 밝혔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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