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개발계획 파문]韓美 北核대응 시각차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32분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밝혀진 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용납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0일에도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문제라는 인식과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북한이 즉각 핵개발계획을 중단하고 관련시설을 해체하는 것이고, 이를 선결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한미간에 공유했다”며 상황인식과 기본 해결방향에 관한 한 한미간의 견해차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론은 물론 총론에서도 상당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한 의도에 대한 시각차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사실이 공개된 다음날인 18일 “북한이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 아닌가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일 다시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대화제의에 대한 혼란이 있는데 북한은 대화의사가 없다”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 시인이 대화의도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으며, 대화의도였다면 다른 방식의 의사표현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정리했다.

핵문제에 대한 실제 해결방식에 있어서도 시각차가 드러났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미국측의 설명을 토대로 “북한은 핵개발을 시인하고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통해 해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그러나 켈리 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농축 우라늄 문제를 ‘협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북한이 무조건, 즉각적으로 핵을 해체할 때이지 핵 해체를 위해 협상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북한이 일괄타결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제안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앞으로 남북관계의 수위와 속도에 대해서도 양국은 겉과 속이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도 겉으로는 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한국 정부가 ‘이미 진행된 남북교류 및 회담’ 이상의 대북 관계개선조치를 취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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