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표정]납북어부 34년만에 어머니 만나

  • 입력 2002년 9월 16일 22시 48분


“아들아 살아있었구나”. 16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남측 이명복할머니가 60년대 납북된 아들 정장백씨를 만나 오열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아들아 살아있었구나”. 16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남측 이명복할머니가 60년대 납북된 아들 정장백씨를 만나 오열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16일 금강산여관은 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남측 가족 99명은 북측 가족과 친척 253명을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눴다.

○…“김수동씨 맞아요? 나, 김용순….”

반세기라는 세월의 벽은 남매가 어색한 대화를 하게 만들었다.

군대 간다며 집을 떠난 뒤 소식이 끊겼던 오빠 수동씨(75)가 멀쩡하게 살아 눈앞에 나타나자 남측 여동생 용순씨(68)는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국립묘지에 위패를 모셨고 제사까지 지내 왔던 오빠를 만났다는 사실이 여전히 꿈만 같았기 때문이다.

수동씨는 “통일되면 부모님 제사를 내가 모시겠다. 나는 100세까지 살 테니 몸 건강하게 오래 살아라”며 동생을 달랬다.

▼반공포로출신도 8명 포함▼

○…이번 이산가족 상봉단에는 반공포로 출신 이산가족 8명이 포함됐다. 그러나 전쟁 후 남쪽을 택한 사실이 알려져 북측 가족이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이들은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옛날 일은 그만 얘기하자”고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황해도가 고향인 김형식씨(74)는 아들 유하씨(53)를, 이용천씨(70)는 여동생 봉녀씨(60)를 만났다. 용천씨는 50년 9월 고향인 평안북도 구성군 천마면에서 소집명령에 따라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하고 인민군에 입대한 뒤 반세기 동안 생이별을 했다.

▼北送 재일교포 첫 상봉▼

○…이명복씨(80·여)는 납북 어부인 아들 정장백씨(53)를 34년 만에 만났다.

정씨는 68년 동해 어로저지선 근처에서 조업하던 중 실종됐다. 당시 남측 언론은 정씨 등 선원 6명과 어선 1척이 납북됐다고 보도했으나 99년 북한 평양방송에 출연한 정씨는 월북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상봉장에 아내 윤명숙씨(48)와 아들 남진군(18)을 데리고 나와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번 상봉행사를 통해 납북자는 세 번째, 국군 포로는 네 번째의 상봉이 이뤄졌다.

○…남측 손종학씨(71·여)는 북송 재일교포인 아버지 손진황씨(89)와 북측의 의붓어머니 유복이씨(67)를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북송 재일교포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가족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수피해로 통신두절▼

○…지난달 7차 장관급회담에서 각종 남북교류사업이 합의된 이후 금강산 지역에서는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홍수로 인한 통신두절과 정전사태로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남측 대표단은 통신이 두절되자 금강산에 설치된 방송사 위성송출장비(SNG)를 이용해 서울 본부에 회담 진행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남측 기자단은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서울 남북회담사무국으로 기사를 송고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원고를 작성한 뒤 이를 TV카메라로 촬영해 SNG로 송신하는 ‘비상작전’을 쓰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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