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224개 기업 빚 10조 탕감

  • 입력 2002년 9월 12일 22시 54분


투신 보험 은행 등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들이 98년 6월부터 올 8월 말까지 워크아웃 기업을 비롯해 224개 기업에 대해 탕감해 준 부채총액이 10조27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이는 정부가 회수불능으로 발표한 69조원의 15%에 해당하는 액수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국조특위 엄호성(嚴虎聲·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은행은 총 채권액 8조5808억원 중 4조2870억원을, 투신사들은 2조2460억원 중 7956억원을, 보험사들은 12조4087억원 중 4조5027억원을 각각 탕감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경우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이 한국기업리스에 갖고 있던 6조709억원의 채권 중에서 2조7901억원의 채무를 탕감한 것을 비롯해 총 12개 기업에 3조1031억원을 탕감해 줬다. 조흥은행은 11개 기업에 7055억원을, 제일은행은 14개 기업에 6878억원을, 서울은행은 9개 기업에 3013억원을, 경남은행은 15개 기업에 848억원을, 광주은행은 7개 기업에 572억원을, 제주은행은 3개 기업에 351억원을 탕감해 줬다.

투신사는 한국투자신탁이 기아자동차에 1510억원의 채권액 가운데 901억원을 탕감해 주는 등 29개 기업에 4888억원을 탕감해 줬고, 대한투자신탁이 17개 기업에 3068억원을 탕감해 줬다.

보험사의 경우 서울보증보험이 77개 기업에 4조993억원의 채무를 탕감해 줬고 대한생명은 28개 기업에 4016억원을, 그린화재도 2개 기업에 18억원의 채무를 탕감해 주는 등 총 채권액 12조4087억여원 중 36%인 4조5027억원을 탕감해 줬다.

엄 의원은 “금융기관이 만기연장 같은 기업구조조정방식 대신 채권을 포기해 버리는 부채탕감 방식을 무원칙하게 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특히 전체 공적자금 156조원의 55% 이상이 투입된 은행권의 경우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부채탕감률이 훨씬 높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권력 실세의 개입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정조사를 통해 그 진상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 기업채무 탕감내용’▼

작성기간(1998년∼2002년 6월) 단위:억원 ☞ 자료보기

이 표는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이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 탕감내용에 대해 김인섭 금감원 공보실장은 “금감원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긴 했으나 출자전환액을 탕감액에 포함시키는 등 전체적으로 부풀려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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