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정상회담]北 ‘東北亞 소용돌이’ 의 核으로

  • 입력 2002년 8월 30일 22시 39분



《30일 오후 4시 평양과 도쿄(東京)에서 전격적으로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발표되자 국제사회의 시선은 일제히 한반도로 쏠렸다. 북-일 정상회담 자체보다는 한반도 주변, 나아가 동북아 정세에 뭔가 급격한 변화의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과 관심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이 7차 남북장관급회담과 연이은 경제협력추진위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과시한 직후 북-일 정상회담이 터져 나오자 일각에서는 한반도에도 ‘신 데탕트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다소 성급한 기대까지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2003년 한반도 위기설’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던 만큼 북-일 정상회담 개최는 한반도 정세의 물꼬를 돌리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점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내에서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경추위 회의가 열리고 있던 29일 방한 연설에서 “미국이 북한을 판단하는 척도는 수사학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이다”라고 못박았다.

실제로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은 7월말 브루나이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나 북-미 대화 재개를 이끌어냈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더 이상의 화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재의 북-미관계가 그렇게 비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미국의 대북특사가 9월중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관계개선 가능성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일 정상회담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아니고는 이뤄질 수 없는 변화들이라 미국도 종전의 대북인식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김 국방위원장이 서해교전 이후 대남, 대미, 대일관계에 대한 내부 보고서를 검토한 뒤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결단들이 미국의 관심은 끌겠지만,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접점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사찰,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중단, 재래식 무기 감축 등에 대해서는 아직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은 일본의 직접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일 정상회담 직전에 열리는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9월 12일·뉴욕) 때 북한이 실질적인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보여줘야 할 조치들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이다. 그때 김 위원장이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북-일 정상회담이 양자간의 수교협상 차원을 넘어 한반도 주변정세의 기류를 뒤바꾸는 ‘사건’이 될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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