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이후 정국 어디로②]노무현 대선가도 비상

  • 입력 2002년 6월 14일 18시 46분


대국민 발표문을 읽는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 박경모기자
대국민 발표문을 읽는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 박경모기자
민주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예상 밖의 참패를 함에 따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12월 대선을 겨냥한 대권행보와 전략도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노 후보로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영남 득표력’에 한계가 있음이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났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 후보로서는 당장 경선과정에서 공약한 ‘재신임’의 고비를 넘어서야 하는 것은 물론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되는 다급한 처지에 빠지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노 후보가 일정한 거리를 둬왔던 ‘탈(脫)DJ 행보’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민주당을 진앙으로 한 정치권 변화의 충격파가 빠른 속도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우선 노 후보의 수습행보의 첫 고비가 될 재신임 문제에 대해 노 후보 측의 내부기류는 민주당을 ‘노무현당’으로 전환하는 카드로 십분활용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당의 재신임을계기로 후보중심 체제를 갖춤으로써 ‘DJ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겠다는 얘기다.

이 같은 탈바꿈은 ‘DJ 대 반(反) DJ’라는 불리한 구도를 ‘노무현 대 이회창(李會昌)’이라는 새로운 틀로 바꾸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게 노 후보 진영의 판단이다.

‘노무현당’으로의 변신에 대해서도 노 후보 자신은 재창당에 버금가는 일대 변혁을 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외부 인사의 영입까지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내부를 환골탈태해가면서 당내의 새로운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새로운 인재들과 결합해가는 2단계 조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구상의 일단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만큼 개혁파와 신주류를 앞세워 당의 쇄신작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외부 수혈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노리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노 후보 측은 또 차제에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당 체제를 갖추는 동시에 기존의 정당구조에서 탈피하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정당구조를 짜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 조직의 과감한 폐지와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정당운영모델과 같은 아이디어가 이런 구상에 포함돼 있다는 게 노 후보 주변의 설명이다.

최대의 숙제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 문제에 대해서도 노 후보 측은 지방선거 참패라는 비상사태에 직면하면서 ‘결단 불가피론’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특히 노 후보는 ‘DJ와의 차별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당명 개정이나 ‘헤쳐모여’식의 재창당과 같은 충격요법을 동원하는 것까지 대안카드로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노 후보 측의 복안과 달리 상황이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신임 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주당 내에서는 ‘대안부재론’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벌써 당 일각에서는 요식절차만 밟는 재신임이 아니라 후보직을 정식으로 사퇴한 뒤 재신임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는 물론 후보교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DJ와의 차별화 전략은 동교동계 구파로 대별되는 당내 ‘DJ 직계세력’과의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아 자칫 노 후보를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노 후보 주변인사들은 당내 문제 해결과정에서 사태가 개선되지 않고 당의 자중지란만 가속화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때에는 일부 세력과의 결별도 고려할 수 있다는 각오까지 피력하고 있다.

지방선거 후 노 후보는 당내에서 다시 한번 대선후보로서의 지도력을 검증받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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