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선거운동 결산[영남일보]

  • 입력 2002년 6월 12일 14시 09분


이번 6·13 지방선거는 후보등록일 직후 시작된 월드컵 경기 열기로 후 보자들과 선거운동원들만 열을 올린 ‘그들만의 잔치’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선거기간 내내 팽배했다.

가뜩이나 진흙탕 정쟁에 찌든 유권자들이 월드컵 경기 관전으로 ‘카타 르시스’를 맛보는 동안, 정치 신인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통로가 좁아드는 불이익이 뒤따랐고 기본 조직표가 많은 현역단체장 출신 후보들이 상대적 이득을 보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침체된 선거 분위기는 선거 때마다 난무하는 불법·타락선거 행태를 다 소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북도 선관위 오상환 홍보과장은 “연초부터 선거기간까지 선관위단속 실적은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와 비교해 10배가 늘었지만 시민들의 고양 된 신고정신과 선관위 단속기법 향상에 따른 결과”라며 “예전같은 금권타 락선거가 재연됐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지역정서와 당 조직력 덕분에 전반적으로 유리한 고 지를 선점하고 우세를 보이는 현상도 1998년 6·4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나타났다. 때문에 김주환 중구청장후보 등 한나라당 공천에 실패한 일부 무소속 후보들은 “당선되든 떨어지든 한나라당에 복당하겠다”며 지역정서에 편승한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나마 대구시장 선거를 비롯해 서구청장, 경북권의 김천·영주·안동·울 진 등 일부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 지역에서대부분 당 보다는 인물대결 양상이 두드러졌으며 한나라당의 ‘1·1·1 전략’(무조건 기호 1번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달라) 이 벽에 부닥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물대결이 당초 정책 위주로 전개되다가 종반으로 갈수록 상 대후보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양상으로 변질되는 구태는 거듭됐다. 열세를 만회하려는 일부 후보들은 상대후보의 병역·재산·거주상 문제점을 들추어 날카로운 공방전을 펼쳤다. 공천과정의 잡음도 선거문화 발전에 고질적인 장애로 지목됐다.

한나라당은 청송 및 영양군수 공천을 포함해 상당수 공천과정에서 ‘돈 공천’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일부에선 공천자의 사감이 개입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대통령 후보 선출에 경선이 도입돼 지방선거에도 많은 지역에서 상향식 공천이 시도됐지만 제대로 된 데는 소수에 불과했 다”면서 “한나라당 공천을 못 받은 무소속 출마자들이 당선된다면 결과적 으로 민의를 왜곡한 공천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선거문화에 정당정치가 뿌리내리기 위해선 첫 단추인 공천과정 부터 공정하고투명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서유럽에서 처럼 당 공천자가 당의 이념과 정강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일 때 “당을 보고 찍어달라”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천 시스템이 성숙되지 않은 현실에서 그나마 상당수 기초단체장 및 의원 선거가 인물대결 양상을 보이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게 학 계의 일반적 평가이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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