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타임스 "金대통령 국내외서 엇갈린 평가"

  • 입력 2002년 6월 3일 19시 2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내에서 인기가 떨어지고 아들 비리와 관련해 비난을 받는 것은 한국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관련이 있으며 한국인은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너무 모질게 구는 측면이 있다고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 대통령의 월계관은 외국에서 녹색 빛이 더 진하다’는 제목의 장문 기사에서 “김 대통령이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평가받는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요약.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을 5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완화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했으며 한국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자유로운 나라를 통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그는 점차 비웃음과 동정의 대상이 되고 있고 세 아들의 스캔들로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노벨 평화상을 받게 한 대북 포용 햇볕정책도 빛이 바래고 있다. 다른 나라 같으면 김 대통령은 노벨상 덕분에 편안한 퇴임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한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는 늘 소란스러웠다.

서울에 있는 한 외교관의 표현대로 ‘비잔틴 양식의 성당 모자이크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스캔들은 그의 가까운 가족 중 거의 대부분과 관련이 있다. 자녀의 잘못에 대한 부모의 책임이 서양보다 더 강조되는 유교 전통에 따라 아들들의 스캔들도 김 대통령의 업적을 크게 훼손시켰다.

최근 스캔들 이전부터 김 대통령의 인기는 2000년 6월 평양 방문 직후 최고점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김 대통령이 ‘한국의 넬슨 만델라’라는 명성을 얻었으나 많은 한국 사람들은 서울 답방과 한국의 경제지원에 대한 감사 표시를 거부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한국이 굽실거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 즉 재야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나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처럼 김 대통령의 국제적 이미지는 ‘민주주의의 우상’이지만 국민들은 그를 ‘역시 오류를 면치 못하는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외국에선 김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그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최근 코리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에게 너무 모질게 군다”고 지적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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