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관훈토론회]대미관계

  • 입력 2002년 5월 14일 21시 32분


▽김종구=한번도 안 갔다온 미국에 대해 물어보겠다. 전세계를 긴장과 대결의 구도로 몰고 갔다고 했는데, 우리 역시 미국을 적극 지원하는 입장이었다. 우리 정부가 그 당시 했던 대미외교에 반대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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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그말을 했는지 기억이 정확치 않고 전후 어떤 맥락에서 했는지도 한번 확인해보기 전에는 얼른 대답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안동서 얘기할 때 대서특필되지 않았는데 그때와 다르게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 참고삼아 말하면 내가 93년 이래로 클린턴대통령의 세계정책에 대해 올바르고 참 좋은 것이다라는 말을 여러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래서 클린턴대통령의 세계정책과 밥 돌의 세계정책을 대비해서 말해왔는데 그런 선상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등이 클린턴대통령 때보다 유화적이지 않다거나 강경 대결책이라고 말한 것 아닌가 싶다. 그런 것인데 앞으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짐작할 수 있도록 다변드린 것을 용납해달라.

▽김종구=통일 후에도 안보적 차원에서 주한미군 주둔해야 한다고 했는데, 통일 후 안보적 대치구도가 어떤 것이며 안보적 대치구도가 없으면 주한미군 필요없다는 것인지.

▽노무현=제가 하나 걸린 것 같다. 표현이 그렇게 됐다면 표현이 적절치 않은 것 같은데 안보적 대치구도보다 동북아시아의 대치구도, 동서 대치구도라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고 재야운동 할 때에는 집회에 가면 주한미군 절수는 당연한 결론이 나 있어서 철수파가 돼버렸고 성명서에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치 하고 야당통합의 대변인이 되고나서 책임있게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DJ의 주장을 원용해 통일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했다. 동서 대치구도가 존재한다면, 그 말은 내가 생각해도 모순되는 얘기다. 한미일 동맹체제와 북중러의 동맹체제에서 동서의 대치구도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통일이 되겠는가. 통일 후에도 그 구도 존재했다면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이 그렇게 된 것 같다. 통일 후에도 필요하다고 간단히 정리하는 게 좋겠다. 그러나 통일 이후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통일이 되든 안되든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하는 대결적 긴장관계가 있을 것인지, 동북아시아의 경제적 통합 필요성 때문에 점차 벽이 허물어져 많이 나가면 집단안보체제까지 갈 것인지, 어느 쪽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질서 흐름으로 봐서 동북아 통합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데 미국이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좀 더 공부하겠다.

▽김종구=부시행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노무현=어느 정권에 대한 호불호도 외교적으로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어느 정부라도 동맹관계 유지를 잘해나가고,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종구=미국 방문 계획은.

▽노무현=당에 이 분야에 관한 전문가와 그 분을 중심으로 하는 많은 전문가와 협의해서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중도보수라고 하는 쪽의 외교전문가는 굳이 갈 필요없다고 하고, 흔히 좌파하는 쪽은 갔다와야지 큰일난다는 쪽이다. 국내 언론이나 여론 염두에 두고 한 얘기 같다.

▽김종구=노 후보가 굳이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 그걸 놓고 그러한 표현이 있는 것 같다. 집권을 염두에 둔 후보로서 그런 말 강조한 게 필요한 것인지, 다른 후보와 차별화 노린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테러사테 이후 보수화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유지하는데 어떤 영향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노무현=옛날에 제 참모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미국을 가야한다는데 왜 가야 하느냐, 가면 무슨일을 하고 올 거냐, 누구를 만나고 올거냐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안가고 있었는데 그 뒤에 경선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나서부터 미국을 모르는 대통령이 한국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얘기 가나왔는데 한 번 갔다와서 뭘 알겠느냐. 미국에 9박10일 꼬박 공부만 하고 왔는데 10일동안 공부하는 것보다 박권상선생이 쓴 영국을 안다 책 본게 훨씬 도움이 됐다. 넬슨 만델라는 27년동안 감옥에 있었지만…. 결국 외교력은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국력이나 문화적 배경도 중요하다. 문제는 그 전부터 미국에 대해서 잘 알고 많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없는데 부랴부랴 가서 사진 한판 찍고 그런 방식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른 뜻은 없다.

▽김종구=평준화 보완차원에서 자립형 사립고 확대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는데 이를 포함한 평준화문제 어떻게 생각하고 대학 기여입학제에 대한 노 후보의 생각은.

▽노무현=평준화문제는 지금 한국 중등교육의 기본틀이다. 많은 국민들이 익숙해있고 학업의 성취에 관해 과외교습의 결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학업성취도 좋게 평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평준화 골간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이 필요하긴 한데 교육의 수월성을 위한 제도가 입시학원처럼 돼서는 안된다. 입시학원으로 전락하는 것은 꼭 막아줘야 한다. 한다 안한다 문제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여입학제는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 공부를 잘 했다. 그러나 내가 노력한 뒤에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재능을 물려받은 것은 공평하고 돈 물려받은 것은 불공평한가. 남의 기회를 막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자기 기회를 열어가는 게 융통성있는 사회 같은데 내 의견은 그렇지만 정책적으로 밀어부칠지는 모르겠다. 정책 채택은 또다른 사회적 합의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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