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부실운영 실태]기금관리 100점 만점에 51점 '낙제'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19분


감사원 감사와 기획예산처 평가 결과 정부 1년 예산의 2배가 넘는 각종 기금이 투자비 회수가 어렵거나 중복 투자되는 등 부실, 방만하게 운영된 것으로 나타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부실운영 실태〓57개 기금에 대한 기획예산처 평가 결과 100점 만점에 △예금보험기금 부실채권정리기금 등 금융성 기금(12개)이 57.3점 △국민연금기금 등 연금성 기금(4개)은 56.6점 △남북협력기금 국민건강증진기금 등 사업성 기금(41개)이 49.4점 등 전체 평균이 51.6점에 그쳐 전반적으로 운영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금은 98년 이후 3년간 정부로부터 모두 26조원의 지원을 받고도 50조4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란 비판을 사고 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 등 12개 금융성 기금은 모두 47조원이나 자본이 잠식된 상태. 또 산업기반기금 등 41개 사업성 기금은 부채비율이 791%나 됐다.

지난해 12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은 1143억원을 들여 백화점 등을 신축했으나 분양 부진으로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외국환평형기금은 1차 영업정지를 받은 대한종금에 2000만달러를 배정한 것이 적발됐다.

▽원인〓기금은 예산에 비해 편성과 집행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유 때문에 특정 사업을 벌이려는 정부로서는 기금에 기대려는 유혹을 쉽게 느끼게 된다.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기금운영계획 수립과 집행이 해당부처의 전결사항이다 보니 해당 국(局)이나 과(課) 단위에서 몇조원을 주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정부가 특정 사업을 추진하다가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 경우 기금으로 대신 집행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회계 예산과 관련 없는 기금의 경우 국회 보고도 이루어지지 않고, 나머지 기금도 국회에 일년에 한 번 개략적인 보고서만 제출할 뿐이어서 전문지식이 없는 의원들로서는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행정부처에서 기금을 두고 ‘쌈짓돈’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야당의원 보좌관은 “모 기금의 반기별 결산보고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자료가 없어서 못 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세금과 다름없는 준조세를 징수하면서 어떻게 그처럼 무책임하게 돈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없나〓각종 기금을 대폭 통합·정비하고 운영에 대해 국회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안이 올해 초에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기금의 주식투자 범위를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금의 편성과 운영이 예산에 준해 국회의 통제를 받게 됨으로써 방만한 운영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이한구 의원은 또 해결책으로 △본래 설치목적을 달성한 기금 폐지 △유사기금 통합 △예산으로 업무수행이 가능한 기금의 경우 일반회계나 특수회계에 통폐합 △반기 또는 분기별 기금운영 실태 발표 등을 제안했다.

<윤종구·부형권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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