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결산]교류 재시동…'전력 지원'변수로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9분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은 6개월간 정체돼 왔던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징검다리’의 성격이 짙다. 남북은 이번에 제반 합의 사항들을 이행할 후속 실무회담을 갖기로 약속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는 미국 테러 참사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세부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합의 사항의 이행은 여전히 의문시된다는 지적이다.

▽회담 성과〓이번 회담에서 남북대화의 장(場)을 다양하게 마련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6·15공동선언의 총괄이행기구인 장관급회담의 정례화에 사실상 합의했고 하부기구인 경협추진위원회와 각종 실무협의 등의 일정도 잡았다. 또 이산가족 상봉사업 등 정체됐던 교류·협력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특히 경협추진위는 앞으로 남북경협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 조성, 민간선박의 영해통과, 동해 공동어로, 남북한과 러시아의 철도 및 가스관 연결, 경협 4개합의서 발효 등의 각종 사업을 추진위의 각종 실무채널을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키로 함에 따라 향후 남북경협은 안정적인 궤도로 올라설 토대를 마련했다.

▽향후 과제〓13개 사업에 대한 합의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도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군사분야의 신뢰구축과 관련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경의선 연결, 임진강 수방사업, 동해 공동어로, 태권도 시범단 교환 등은 이미 1∼4차 장관급회담에서 원칙적으로 합의했던 것을 재합의한 것에 불과했다. 이산가족 문제의 항구적 해결을 위한 면회소 설치문제도 합의에 실패했다.

북측이 요구한 전력과 식량지원 문제를 여론을 의식해 무조건 후순위로 돌린 것도 향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열릴 경협추진위에서 이들 문제에 대한 남측의 ‘성의’가 없을 경우 추진위에서 논의할 각종 사업들이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측이 향후 후속회담에서 각종 합의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하는데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남측도 8·15행사 파문이후 뚜렷해진 보수화 경향으로 인해 대북지원을 무조건 기피할 경우 남북관계는 또다시 소강상태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선대인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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