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2개 기금 부실운영…재정 '구멍'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21분


국민연금기금 등 정부 산하 62개 기금 중 상당수가 주먹구구식 자산관리와 자의적인 자금 집행,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기금 재정에 손실을 끼치는 등 극도로 방만하게 운용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기금은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호텔 등 부대시설을 운영하다 손해를 봤고 특정 금융기관에 예치금을 몰아주거나 자금지원 대상이 중복된 사례도 대거 발견됐다.

한해 운용규모가 무려 200조원에 육박하고 정부 예산의 2배를 웃도는 각종 기금이 이처럼 부실하게 운영될 경우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금 감독 체제의 전면적인 개편과 함께 유사기금 통폐합 등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예산처는 재정 금융 회계 등 각 분야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평가단(단장 김중수·金仲秀 경희대교수)이 올 2월부터 8월까지 공공기금 42개와 기타기금 20개 등 62개 기금을 대상으로 실시한 ‘99년 기금운용평가 결과’를 29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평가는 61년 기금제가 도입된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된 것. 기획예산처는 한해 운용액이 197조원(작년 기준)에 달하면서도 감독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기금운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평가내용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 상당수 기금은 △설립목적과 동떨어진 수익사업 진출 △중복 또는 나눠먹기식 지원 △관리의 전문성 결여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은 오색그린야드호텔과 7개 회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근로복지진흥기금과 군인복지기금은 휴양소 등 부대사업에 나서 기금 재정의 손실을 초래했다.

사업 대상자가 다수인 기금은 자금지원의 효율성보다 형평성에만 집착한 탓에 나눠먹기 식으로 자금을 배분한 의혹이 짙다고 평가단은 밝혔다. 문예진흥기금은 858건의 사업에 514억원을, 여성발전기금은 13개 사업에 2억원을 집행했다.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과 정보화촉진기금, 산업기반기금은 수혜자가 중복돼 자금이 낭비될 가능성이 있으며 근로복지기금은 기금운용을 심의하는 위원이 사업주체인 근로복지공단 이사회 소속이어서 객관적 심사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대부분의 기금은 명문화된 자산운용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단일 기관에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맡기거나 단기 위주로만 운용해 자금 운용에 필수적인 위험회피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기금 통폐합을 통해 기금 수를 55개로 줄이고 결산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의무가 없는 기타기금 20개 중 10개를 2003년까지 공공기금으로 바꿀 계획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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