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NYT 사설]北 불량國제외 가능성 제시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4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남북한 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로 기록될 것이다. 한반도 분단 55년 동안 북한은 시종일관 한국에 대해 침략과 테러 위협을 가해왔고 남북한은 서로 신랄하게 비방해왔다.

남북한 정상은 이제 분단 이후 처음 경제협력과 이산가족상봉과 같은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해 마주 앉았다.

남북한은 과거 이렇게 평화적인 관계에 근접한 적이 없었다. 남북한 관계가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북한이 기근과 에너지부족으로 심각한 경제 사회적 위기에 처한데다 한국에서는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될 경우 한국의 안보도 함께 위협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클린턴 행정부도 김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해왔으며 이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불행하게도 북한정권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정권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것이다.

한국은 15일까지 평양에서 계속될 이번 정상회담에서 추가적인 고위급회담 합의, 경제교류 확대, 이산가족상봉 합의 등을 주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산가족상봉은 특히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국은 미국에도 큰 관심사인 군사 보안문제 또한 의제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무기개발계획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키로 한 미국과의 합의를 계속 지켜야 할 것이다.

북한은 최근 세계 여러 나라들과의 외교접촉 확대를 모색해왔다. 유럽과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지난달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지도자들과 회담했다. 다음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그동안 외부의 미사일공격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보호하는 방위기술을 개발하려 했던 데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개발 계획이 가장 큰 계기가 됐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우려는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제 스스로 자초했던 외교적 고립상황에서 벗어나 국제사회로의 통합을 꾀하기 시작한만큼 언젠가는 위험한 불량국가로 취급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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