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감축/3黨득실]野 12∼14 민주8 자민련3석 손실

  • 입력 2000년 1월 25일 23시 20분


국회 선거구획정위가 25일 인구상하한선을 대폭 상향조정한 것은 의원정수 감축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것이다.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에 불을 지핀 선거법 ‘개악담합(改惡談合)’에 대한 국민의 비난과 정치개혁 요구를 정치권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또 여야지도부 모두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선거구획정위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민간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도 이날 결정에 한몫 했다. 전체 위원 7명 중 여야 3당 몫이 3명인데 반해 학계 언론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 몫은 4명이기 때문.

이날 인구상하한선이 결정되자 여야 3당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득실 계산에 바빴다.

일단 계산서 상으로는 한나라당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그 다음이 민주당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부산 대구 등 표밭인 영남권에서 12∼14석 정도의 의석을 잃게 됐으며 민주당도 확고부동한 우세지역인 전남 전북에서 8석 안팎의 지역구 손실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현역 의원이 있는 강원도의 춘천 원주 강릉이 통합 대상이 된데다가 분구가 확실한 수도권의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덕양 △하남-광주 △용인지역에서도 반드시 낙승(樂勝)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반면 자민련은 텃밭인 충북 충남에서 3석을 잃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선방(善防)’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획정위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지역구 의석수 감축이라는 골격은 마련됐지만 비례대표 의석수 문제는 획정위의 권한 밖이기 때문. 결국 비례대표 의석수(현행 46석)의 증감여부는 여야 3당 총무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현재 여야 3당은 국민 여론을 의식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폭 늘리지는 못하겠지만 지역구 의석수 감축의 공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좀 더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여야 협상여하에 따라 ‘의원 정수 10%감축’이라는 국민적 요구는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와 함께 통합대상에 오른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다 이날 획정위안 확정과정에서 반대표결을 했던 한나라당이 벌써 획정위안이 국회에 회부된 뒤 정당간 협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국회 본회의 통과 전망이 꼭 밝지만은 않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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