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직개편]총선 겨냥한 李총재 친정체제

  • 입력 1999년 8월 11일 19시 32분


“정당의 기본은 선거에서 이기는 데 있다.”(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 “반드시 우리 당의 승리에 기여하겠다.”(이사철·李思哲대변인)

두 당직자의 일성(一聲)에서 드러나듯 11일 단행된 한나라당 당직개편의 의미는 내년 총선을 대비한 포진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또한가지 성격으로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친정(親政)체제 구축을 꼽을 수 있다.

즉 앞으로 숨가쁘게 진행될 ‘제2의 창당’과 총선정국에서 핵심당직자들과 호흡을 완전히 맞추면서 여당과 일전을 벌이겠다는 이총재의 흉중(胸中)이 드러난 인사라는 의미다.

사무총장직에 하순봉총재비서실장을 기용한 것이 상징적 대목. 하총장은 전임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에 이어 총재비서실장을 하다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두번째 경우. 여기에 신총장이 특보단장으로 재임용된 것도 총재측근 위주의 개편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유임된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를 비롯해 맹형규(孟亨奎)총재비서실장 이사철대변인 등 초 재선 소장파가 중용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는 이총재의 ‘제2창당’ 드라이브가 이들의 힘을 빌려 추진되리라는 전망을 가능케한다.

따라서 비주류측의 반발도 불을 보듯 뻔하다. 한 비주류의원은 “김윤환(金潤煥)계열의 대구 경북출신 의원과 부산 민주계들이 모두 배제됐다. 독선적인 인사의 전형이다”고 비난했다. 비주류인 정창화(鄭昌和)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임명됐으나 이같은 반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총재측은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다. ‘제2의 창당’과 총선 과정에서 모두 안고갈 수는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총재측이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당 부설 사회개발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의 전국지지도가 ‘마(魔)의 20%대’를 돌파한 21.9%(국민회의 22.6%, 자민련 6.9%)로 나타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이번 당직개편이 비주류의 이반을 촉진, 정계개편의 물살을 더욱 빠르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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