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순 변상위 『귀순의사편지 판문점 경비병이 묵살』

  • 입력 1998년 12월 12일 07시 52분


2월3일 귀순해 판문점 경비병 불법접촉 사건을 폭로했던 북한 판문점 공작조 변용관상위(26)는 귀순하기 하루 전날 귀순의사를 적은 편지까지 우리측에 전달했으나 우리측이 이를 묵살하는 바람에 결국 다음날 혼자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변상위가 귀순 직후 국방부 합동심문조에 털어놓은 것으로 공동경비구역(JSA)내의 우리측 경비체제와 경비병들의 근무기강에 큰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변상위는 합심조 심문에서 “2월2일 오후 8시반경 남측 1초소 40m 전방으로 접근해 ‘중요한 내용이 있는 편지를 던지겠다’며 귀순의사를 적은 편지를 던져주었으나 초소장이 편지를 줍고도 내용을 보지 않는 등 무시했다”고 진술했다고 국회 국방위 ‘김훈중위 사망 진상파악소위’의 한 관계자가 밝혔다.

변상위는 그래서 손짓으로 ‘9시20분에 넘어가겠다’고 신호를 보냈고 우리측 경비병이 ‘진짜인가’라고 묻자 가슴을 치면서 ‘담보한다’(보장한다)고 대답했지만 역시 답이 오지 않아 결국 자신의 근무처로 돌아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진술했다.

변상위는 다시 다음날 오전 7시5분경 군사분계선 인근지점에 도착해 남쪽을 향해 수건을 흔들며 귀순의사를 표시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대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오전 7시25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검문소 앞 15m 지점에 있는 판문점 주진입로 초입에 도착해 귀순의사를 표시했고 이때서야 검문소 안에서 사병 두명이 무장상태로 뛰어나와 자신을 무장해제시킨 뒤 검문소로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변상위는 또 한국측 경비병들이 북측 경비병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7월 강릉 무장간첩 침투사건 이후 새로 바뀐 한국군의 계급장까지 넘겨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다른 공작조가 남측 사병과의 접촉을 통해 확보한 한국군의 바뀐 계급장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