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큰정치」 시작부터 삐걱…청와대와 「사면」신경전

  • 입력 1997년 9월 2일 19시 53분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의 「대통합정치」 구상이 초반부터 난조(亂調)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이 구상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의 추석전 석방건의」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묵살로 모양새가 이상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지난 1일 밤 서울 여의도의 후원회사무실에서 서상목(徐相穆) 백남치(白南治) 김영일(金榮馹)의원 등 측근들에게 자신의 대통합정치 구상에 대해 소상하게 밝혔다고 한다. 이대표는 우선 대통합정치 구상이 여러 정파 세력과 연대, 세불리기를 시도하거나 「보수연합」 추진으로 비쳐진 데 대해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크게 아쉬워했다는 것. 이대표는 최근 두 아들의 병역면제 시비에 휘말리면서 「왜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왔고 그 결과 자신의 역할은 「3김정치」를 한 차원 뛰어넘은 「큰 정치」, 갈등과 대립의 정치가 아닌 화해와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러면서 이대표는 『여론이 어떻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강단있게 밀어 붙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가 언급한대로 대통합정치 구상의 핵심은 「3김정치」 청산이고 거기에는 당연히 현 정부의 개혁에 대한 비판도 포함돼있다는 게 이대표 측근들의 설명이다. 당의 정강에서 「역사바로세우기」를 삭제하거나 김영삼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김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이대표측 주요전략에 들어있는 듯하다. 설령 이 때문에 김대통령과 마찰을 빚더라도 이는 불가피하다는 게 이대표측 생각이다. 당장 김대통령과 이견을 보인 전,노씨 석방건의 문제도 대통합정치 구상을 측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대표가 스스로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대표는 『국민 여론이 찬성하는 쪽은 아니지만 동서간 통합, 과거와 현재간의 통합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제 이 문제를 풀어야 할 때가 됐다』며 자신의 결심을 밝혔다는 것. 그러나 민주계 일부 등 당내 일각에서는 이대표의 대통합정치가 자칫하면 「보수회귀」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대표 주변에 구(舊) 여권 인물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다는 점도 이들이 제기하는 우려의 근거다. 현 정부의 개혁드라이브로 인해 주변부로 밀려났던 이들이 자신들의 「반(反)개혁」 논리를 대통합정치라는 수사(修辭)로 포장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 역시 이대표가 대통합정치의 일환으로 내놓은 여러가지 구상에 대해 마땅치 않아 하는 기류다. 특히 김대통령은 이대표측이 당의 정강에서 「역사바로세우기」 삭제를 검토했다는데 대해 강한 분노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이대표의 대통합정치 구상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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