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향후 경선전략]『달래되 매달리진 않는다』

  • 입력 1997년 6월 27일 19시 41분


27일 대선후보 경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진영의 전략은 크게 보아 「반대파 추스르기」와 「대세몰이」 등 두가지다. 이 두가지는 물론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다. 이대표가 「반대파 추스르기」를 위해 이날 내놓은 카드는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대표는 『특히 과거정권과의 단절이라는 목표를 미리 설정하고 과거의 정적을 겨냥해 인위적으로 펼치는 사정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는 민주계 인사들의 심중에 깊이 뿌리내린 「이대표 집권〓민주계 공멸」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던진 「미래지향적」 메시지다. 이대표가 「대쪽」 「법대로」 등 자신에게 따라붙은 상징적 이미지의 훼손을 감수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파를 껴안으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계를 주축으로 한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 등 「반(反) 이대표」 진영을 끌어안지 않고는 「본선(대통령선거)」은 물론 「예선(후보경선)」에서의 승리도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표측은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이미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측간의 관계회복이 쉽게 이루어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정발협이 대표직 사퇴에 이어 「당분열 책임론」을 제기하는 2단계 공세를 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대표측은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도 이대표 진영이 유화책을 거두지 않는 것은 최소한 정발협이 「반 이대표」 진영의 특정주자를 공개 지지하지 못하게 하는 「견제구」 역할만 해도 성공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반대파의 우려를 크든 작든 덜어주기 위한 「표적사정 없음」이라는 카드가 미래지향형 메시지라면 이대표가 이날 함께 내놓은 「대표직 사퇴의사 표명」이라는 카드는 「현황타개형」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대표는 이날 출마선언을 하면서 『등록 후 대표직을 갖고 경선에 임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해 다음달 1일중 청와대 주례보고 자리에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반대파의 대표직 사퇴 공세에 강력하게 「명분론」과 「기(氣)싸움」으로 맞서오던 이대표가 이날 이같은 뜻을 밝힌 것은 더이상 대표직을 유지해봐야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대표가 이날 내놓은 「권력분산론」이나 「지역대결구도 타파론」 등은 반대파의 합종연횡 움직임을 겨냥하는 한편 일부 주자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보조카드」로 풀이된다. 그러나 유화책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이대표 진영이 주력할 쪽은 두말할 필요없이 「대세몰이」 전략이다. 이대표측은 이날 원내외 위원장 1백20명이 참가한 매머드 경선출마선언식을 치른데 이어 7월3일경 대규모 경선대책위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또 각종 지지모임도 잇따라 개최하는 등 「이회창 대세론」 굳히기를 위해 총력전을 펼 태세다. 백마디 말보다는 대세론 확산이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반대파의 행보를 되돌리는 데 실효성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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