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6·25때 병원선 파견… 999일간 치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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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틀란디아호, 4개 수술실 등 갖춰
3차례 파견… 수만명 치료 활약
덴마크 현지서 귀항 70주년 기념식
“피폐해진 한국에 소중한 도움 감사”

6·25전쟁 때 덴마크가 한국에 파견한 병원선 ‘유틀란디아호’. 주덴마크 한국대사관 제공
6·25전쟁 때 덴마크가 한국에 파견한 병원선 ‘유틀란디아호’. 주덴마크 한국대사관 제공
6·25전쟁 때 한국에서 999일 동안 유엔군과 한국 민간인을 치료한 덴마크 병원선 ‘유틀란디아호’의 귀항 7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었다고 주덴마크 한국대사관이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덴마크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 유엔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의료 지원 의사를 밝힌 국가다.

주덴마크 한국대사관과 덴마크 참전용사협회는 전날 공동으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왕립 요새 카스텔레트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이번 기념식은 유엔의 날(10월 24일)과 유틀란디아호의 귀항일(1953년 10월 16일) 70주년을 함께 기리는 취지를 담았다. 이 자리에는 김형길 주덴마크 한국대사, 닐스 아네르센 덴마크 참전용사협회장, 아네르스 라데카를 덴마크 적십자사 사무총장, 야코브 알렉사 덴마크 국방사령부 소장, 하태종 주독일 국방무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배에(유틀란디아호) 승선했던 참전용사 에리크 브뢴둠 씨가 24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귀항 70주년 기념행사에서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주덴마크 한국대사관 제공
이 배에(유틀란디아호) 승선했던 참전용사 에리크 브뢴둠 씨가 24일(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귀항 70주년 기념행사에서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주덴마크 한국대사관 제공
당시 유틀란디아호에 승선해 복무했던 에리크 브뢴둠 씨(88)를 비롯한 참전용사와 가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브뢴둠 씨는 17세였던 1952년 9월부터 정전협정 체결 뒤인 1953년 10월까지 유틀란디아호에서 일했다.

김 대사는 기념사를 통해 “유틀란디아호의 6·25전쟁 파견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게 건네진 소중한 도움의 손길이자 덴마크 전통적 가치의 발현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덴마크의 인도주의 외교의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이날 행사에서 보훈부가 수여한 ‘평화의 사도 메달’을 브뢴둠 씨에게 전달했다. 덴마크 참전용사협회 및 헨리크 야트 유틀란디아호 참전용사회 회장 대행에게 보훈부 장관 명의의 감사패를, 덴마크 적십자사와 덴마크 참전용사협회 코펜하겐 지부, 덴마크 참전용사협회장에게는 주덴마크 대사 명의의 감사패를 각각 수여했다. 브뢴둠 씨는 “한국 정부가 유틀란디아호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관심과 지원을 보내줘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의료 지원 의사를 밝히며 4개의 수술실과 356개의 병상이 구비된 당시 최신식 병원선 유틀란디아호를 한국에 파견했다. 1951년 1월 코펜하겐을 떠나 5주 넘게 운항해 3월 7일 부산항에 닿았다. 1953년 8월 16일 인천항을 떠나며 2달 만에 귀항해 임무를 종료하기까지 999일간 3차례에 걸쳐 630명가량이 근무하며 약 2000명을 수술했다. 유엔 군인뿐만 아니라 한국 민간인 수만 명을 치료했다.

당시 병사들은 유틀란디아호의 쾌적한 시설 때문에 ‘내가 다치면 유틀란디아로 후송해 달라’는 쪽지를 군번줄에 붙여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정부는 정전협정 조인 뒤 귀국 전에 유틀란디아호에 실린 약품 등을 유엔한국재건단(UNKRA·운크라)을 통해 한국 병원에 기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유틀란디아호#6·25#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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