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오랜 꿈 이뤘다”… 뉴욕 홀린 3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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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카네기홀서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
“스승 갈라미안에 바치는 공연”… 2800여 객석 가득메운 관객들 환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마친 뒤 환하게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욕 한국문화원 제공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마친 뒤 환하게 웃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욕 한국문화원 제공
“넓은 무대 위에 달랑 작은 카펫과 의자 하나. 그렇게 ‘황량하게’ 시작된 여정은 관객들의 뜨거운 기립박수로 마무리됐다. 그 (시작과 끝) 사이에 그녀의 바이올린만 있었다.”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9)가 10일 영국 런던에서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등 총 6곡을 연주했을 때 영국의 한 일간지는 공연 현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 특별한 여정은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 카네기홀 대극장인 아이작스턴 오디토리엄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2800여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숨죽이며 3시간 반 넘게 음악 여행을 함께한 뒤 모두 일어나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바흐 전곡 연주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에베레스트 등정’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힘들고 고독한 여정이다.

정경화는 공연 뒤 리셉션에서 “이번 카네기홀 공연이 마지막 전곡 연주”라며 “그래서 더 떨릴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오히려 (내 집이 있는) 뉴욕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와 가족 같은 편안함, 따스함을 공연 내내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무대에 올라올 때도, 휴식을 위해 퇴장할 때도 환한 미소로 관객들의 호응에 화답했다. 한 곡이 끝난 뒤 관객의 박수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서둘러 다음 곡을 연주하는 대신 잠시 의자에 앉아 그 순간을 즐기는 여유도 보였다.

정경화는 “이 무대로 나의 오랜 꿈을 이뤘다”고도 했다. 그의 바흐 무반주 전곡 도전은 20대 때인 1973년부터 시작됐으나 당시엔 스스로 ‘난 아직 바흐를 연주하기엔 너무 어리다’고 판단했다.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5년 넘게 은퇴했다가 2010년에야 재기하는 좌절과 아픔의 시간도 있었다. 그는 “카네기홀 무대는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이반 갈라미안 전 줄리아드음악원 교수(1903∼1981)에게 바치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와 바이올린 사이에서 힘들어하던 내게 ‘인생의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해 준 스승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이반 갈라미안#정경화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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