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0년된 교육 시스템으론 선진국 까마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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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IMF 국장 대학개혁 주문

 “한국 교육이 그동안 좋은 점수(성과)를 보여 온 건 맞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스템은 표준화된 노동자들을 키우고 평범한 회사(직원)를 만드는 데는 적합할지 몰라도 한국을 일류 선진국가로 도약하게 만드는 데는 크게 부족합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57·사진)은 19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2017 경제전망―한국과 아시아의 주요 도전들’이란 제목의 좌담회 강연과 별도 인터뷰에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이 한 단계 더 높게 도약하기 위해선 어떤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하고 “그런 (하향 평준화된) 교육을 받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한국인이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학의 대부분 학과와 전공은 30, 40년 전 그대로이고, 학과별 정원도 거의 그대로다. 학생들은 (고교생인) 17, 18세 때 그런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 대학을 가야 하기 때문에 ‘전공은 중요하지 않다. 좋은 대학만 가자’는 식으로 진학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에선 배우는 게 없고 (대학에서) 방황하며 시간만 낭비하다가 (일자리) 시장으로 나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최고 대학들을 가면 학생들이 ‘어떻게 나만의 회사를 창업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인지’를 고민하는데 한국 대학 졸업생들은 너도나도 (안정적인) 공무원만 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 준비는 합격할 때만 의미가 있고 떨어지면 ‘아무 쓸모없는 공부’가 돼 버리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처럼) 몇 번씩 파산했던 사람이 대통령도 될 수 있지만 한국은 한 번 파산하면 재기할 기회가 전혀 없다”며 “창업가가 성장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개혁도 (교육 개혁과 함께)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IMF 아태국장은 총재와 부총재에 이은 IMF 서열 3위. 서울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국장은 서울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기획단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이창용#imf 국장#대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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