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인터넷모금 나서… “무관심한 현실 너무 안타까워”
일제강점기 전범기업들이 운영… 인천 삼릉마을-부산 닛코광산에 추진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군수공장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머물던 사택 일부가 남아 있는 인천 부평구 ‘삼릉마을’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둘러보고 있다(맨위 사진). 현존하는 사택은 87채에 불과하지만 1940년대에는 약 900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맨아래 사진). 서경덕 교수 제공
국내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시설에 당시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이 들어선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42)는 인천 부평구 ‘미쓰비시(三菱) 마을’과 부산 기장군 일광면 ‘닛코(日光) 광산’ 등 2곳에 안내판을 세우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미쓰비시 마을은 이를 한자음으로 읽어 ‘삼릉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안내판에는 ‘강제 징용 역사의 현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당시 사진과 간략한 설명을 담을 예정이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 기업들이 운영하는 공장과 광산이 있던 장소다.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서 조선인을 강제로 동원한 현장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8329곳에 이르지만 당시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삼릉 마을에는 1940년대 미쓰비시의 군수공장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이 머물던 사택(社宅) 87채가 남아 있다. 국내에서 옛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강제 징용 현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돼 대부분 사택의 지붕과 벽 곳곳은 허물어져 있었고 폐허로 변한 곳도 있다. 이곳 주민들도 동네 이름을 ‘삼릉’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 유래를 아는 이가 많지 않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닛코 광산은 일제강점기 전범 기업인 스미토모(住友) 광업이 조선인을 동원해 구리를 캐는 광산이었다. 근처에는 당시 사무실과 사택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런 역사를 아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국내 강제 징용 현장을 답사해 온 서 교수는 “안내판이 없다 보니 이곳에 사는 주민들조차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며 “진실을 감추려는 일본 정부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도 강제 징용 현장에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안내판 설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8일부터 인터넷 모금을 시작했다. 3·1절까지 2000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모금을 시작한 첫날 오후 10시 현재 58만9000원이 모였다. 서 교수는 모금을 마치는 대로 안내판을 제작해 삼릉 마을에는 5월경, 닛코 광산에는 8월 15일 설치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지난해 여름부터 무관심 속에 방치된 국내 강제 징용 현장에 안내판을 세우기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했다”며 “지난해 말 동아일보가 한반도 내 일제 강제 징용 현장을 확인해 단독 보도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쓰비시 마을과 닛코 광산 외에 강제 징용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를 추가로 발굴해 안내판을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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