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경 과장 “강제징용 자료수집위해 모금운동이라도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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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차원 조사 이끈 정혜경 과장… 사할린 경찰자료 예산없어 입수 못해
현지 한인 사망증명서 확보 시급

“사할린에서 일본 경찰이 조선인 노동자를 관리한 자료를 찾아 우리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강제성을 입증했습니다.”

7일 서울 종로구 에스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정혜경 조사1과장(55·여·사진)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달 3일 일제강점기 일본 당국이 관리한 러시아 사할린의 조선인 노동자 846명에 대해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강제 징용’을 공식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에 벌어졌던 강제 징용 등 일본에 의한 피해를 조사하고 구제받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강제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과장은 복사한 문서 하나를 내밀었다. 그는 “충청도 보령군이 본적지인 이모 씨는 후루카와 광업소와 사사키구미 건설회사에서 일했고 이후 사할린 비행장에서 일하다 도망쳐 경찰에 수배됐다”며 “강제성이 없다면 왜 민간 기업에서 나간 사람을 수배하겠느냐”고 말했다. 수배 당시 이 씨의 모습도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정 과장은 특히 “1941년부터 1944년까지의 사할린 경찰서 기록물은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라 전쟁 물자나 수송 등에 필요한 노동력을 동원했다는 걸 의미하는 만큼 일본 정부 측의 강제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할린 지역에서 한인 기록물 확인 및 분석 사업은 험난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국립 사할린 주 역사기록보존소와 사할린 주 개인기록보존소 등에서 조선인 명단(7472건)이 담긴 135건의 사할린 한인 기록물을 입수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예산 지원도 중단됐다. 정부는 러시아 정부와 협의해 5년간 사할린 강제 징용 노동자 관련 자료를 넘겨받기로 했지만 1년으로 끝났다. 정 과장은 “자료를 입수하는 데 러시아 측이 돕기로 했지만 우리는 1년에 2억 원 정도의 예산이 없어 못 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모금 등이라도 해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할린 지역에서 사망한 한인들의 사망 증명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 등이 사할린 지역으로 끌려간 국내 유족들은 아직 그들의 생사 확인을 공식적으로 못 하고 있다. 정 과장은 “정부가 사할린에서 사망기록 증명서를 받아서 검색 등을 통해 유족들이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권오신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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